KBS기자협회 "녹취록 오보 어떠한 의도 없었다"
KBS기자협회는 5일 검찰이 KBS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보도과정상 오류를 이유로 기자를 기소한 검찰을 비판했다. 사측을 향해선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취재제작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이날 ‘검언유착 녹취록 오보’에 관여한 KBS 기자와 제보자로 지목된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관련기사: ‘녹취록 오보’ KBS 기자, 한동훈 명예훼손 혐의 기소)
검찰에 따르면 신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였던 지난 2020년 7월 한동훈 법무부장관(당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연루된 ‘강요미수 사건’의 허위 정보를 KBS 기자들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KBS A기자는 신 검사장이 전달한 정보에 허위 정황이 있었음에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단정적으로 보도해 한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KBS기자협회는 이날 발표한 <검찰의 KBS 기자 기소에 대한 우리의 입장>에서 해당 보도는 한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KBS기자협회는 “보도가 나가기까지 잘못된 내용을 미리 걸러내지 못해 의도치 않게 정확지 않은 뉴스를 시청자들께 전달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만 해당 보도의 취재는 약 한 달 동안 이뤄졌으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크로스체크 등의 노력도 동반됐다. 어떠한 의도나 배경, 공모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취재원인 검찰 간부가 기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말한 게 보도의 발단이 됐다. 믿을만하다고 여긴 검찰 고위 간부가 한 달 가까이 일관된 발언을 기자에게 했던 점 등으로 미뤄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가 말한 내용을 나름대로 검증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것일 뿐 당시 보도는 명예훼손을 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 또한 보도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에는 신속히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KBS기자협회는 “그럼에도 검찰은 명예훼손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2년 넘게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왔고 해당 보도와 관련된 기자를 기소했다”며 “명예훼손 당사자이자 고소인이 현직 법무부 장관이 아니었다면 과연 기소까지 했겠느냐는 의구심도 든다.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 이번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검찰의 KBS 기자 기소에 대한 우리의 입장>
검찰이 KBS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다른 기자 2명은 같은 혐의로 기소유예했다. 2020년 7월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녹취록과 관련한 KBS <뉴스9> 보도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한 장관 본인이 직접 고소한 건이다.
당시 KBS 법조팀은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다수의 기자가 사건 관련자 등을 취재해 해당 사안을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가 나간 직후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음 날 <뉴스9>에서 사과한 뒤 바로 잡았다. 당시 보도에 관여한 기자 일부는 회사에서 징계를 받기도 했다.
보도가 나가기까지 잘못된 내용을 미리 걸러내지 못해 의도치 않게 정확지 않은 뉴스를 시청자들께 전달한 책임을 통감한다. 다만 해당 보도의 취재는 약 한 달 동안 이뤄졌으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크로스체크 등의 노력도 동반됐다. 어떠한 의도나 배경, 공모도 없었다.
취재원인 검찰 간부가 기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말한 게 보도의 발단이 됐다. 믿을만하다고 여긴 검찰 고위 간부가 한 달 가까이 일관된 발언을 기자에게 했던 점 등으로 미뤄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말한 내용을 나름대로 검증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것일 뿐 당시 보도는 명예훼손을 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 또한 보도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에는 신속히 사과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명예훼손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2년 넘게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왔고, 해당 보도와 관련된 기자를 기소했다. 이는 기자의 취재와 보도 행위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명예훼손 당사자이자 고소인이 현직 법무부 장관이 아니었다면, 과연 기소까지 했겠느냐는 의구심도 든다.
KBS 기자협회는 해당 기자와 함께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당당히 진실을 다툴 것이다. 그래서 이번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자협회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측에도 취재제작시스템 전반을 재차 점검할 것을 촉구한다.
2023년 1월 5일 <KBS 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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