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자초한 軍… '北 무인기 침범' 판단 번복에 "혼란 초래해 유감"

박응진 기자 2023. 1. 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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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무인기 특성상 탐지 어렵지만… 정보 분석도 '허점' 보여
대응 및 후속 조치 과정서 추락·오인·옛날 지도 등 잇단 구설수
05일 경기 양주 가납리 비행장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2023.1.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우리 군이 지난달 발생한 북한 무인기 도발 당시 대응과 그 후속 조치과정에서 연이어 '불신'을 샀다.

사건 발생 당일 다수의 전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북한 무인기를 1대도 못 잡은 것을 시작으로 공군 경공격기 KA-1 추락, 새떼·풍선 오인, 수십년 전 지도 사용, '비사격' 대응훈련 등으로 연이어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하지 않았다'던 기존 발표마저 1주일 만에 번복하면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소형 무인기 탐지·추적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나, 군이 관련 정보 분석에서도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군은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전방 부대에서 운용하는 국지방공레이더를 통해 조기에 탐지·식별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군은 전투기·헬기 등 공중전력 20여대를 투입해 총 5시간여에 걸쳐 대응 작전에 작전을 펼쳤음에도 북한 무인기를 모두 놓쳐 '작전 실패' 논란이 불거졌다.

이 때문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게다가 무인기 사건 당일 그 대응 작전을 위해 출격한 공군 KA-1 경공격기 1대가 기지 이륙 중 추락하는 사고가 났고, 그 뒤 지난달 27·28일엔 각각 인천 강화 등지와 전방 지역에 '미상 항적'에 우리 전투기·헬기 등 공중 전력이 긴급 출격했다가 새떼와 '풍선' 추정 물체로 확인돼 돌아온 일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합참이 북한의 이번 무인기 도발 및 대응 상황과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보고 자료 중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 항적도'에 1970년대 서울 잠실지구 개발 이전 지형을 담은 지도가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뉴스1 DB) 2022.12.26/뉴스1

군 당국이 '북한 무인기 대응·격멸을 위한 실전적 훈련'이라며 지난달 29일 실시한 첫 합동방공훈련에 실사격 훈련이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두고도 '보여주기'식이란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인지 군은 5일 실시한 두 번째 합동방공훈련엔 가상의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는 내용의 실사격 훈련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같은 날 군은 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서울 지역 상공에 진입했을 당시 "P-73 북쪽 끝 일부에 진입했다"고 공표하면서 재차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에 우리 영공에 날려보낸 것과 같은 '양 날개 길이 2m급' 이하의 소형 무인기는 일반적으로 레이더 탐지가 쉽지 않다. 크기가 작은 만큼 레이더파의 반사 면적 자체가 좁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 무인기는 이번 우리 영공 침범 과정에서도 레이더상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또 이번에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는 하늘색으로 도색돼 있어 일정 고도 이상을 날 땐 육안으로도 식별하기가 어렵다.

레이더에 잘 잡히지도, 눈에 잘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무인기를 대공무기로 쏴서 떨어뜨리는 건 더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아울러 전투기 등의 경우 속도차이 때문에 소형 무인기를 추적·격추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 군 당국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탐지·타격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합 운용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의 P-73 침범 여부에 대한 정보 분석과정에서마저 '허점'을 드러낸 사실은 물리적 조치만으론 개선하기가 어렵다.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 항적도' 관련 합동참모본부의 국회 보고 자료.

'P-73'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및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반경 약 3.7㎞(2해리) 상공에 각각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을 뜻한다. 군 당국은 이번 북한 무인기 사건 발생 당시 초기 분석에선 이 일대 상공에 나타난 미상 항적 일부가 북한 무인기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후 재분석 과정에서 '북한 무인기의 항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북한 무인기의 P-73 침범이 없었다'고 했을) 당시엔 작전요원들이 최초 확인한 사실에 입각해 발표했다"며 "이후 (오늘은) 전비태세검열실의 종합 조사과정에서 정밀 분석한 결과(P-73 침범)를 설명한 것이다. 다만 이 2개 차이로 인해 언론보도에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P-73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카메라 등 장비가 탑재돼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이 무인기에서 용산 대통령실 일대 지역을 촬영했다고 하더라도 '정보'로서의 가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아예 "촬영하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군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론 또한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책임자들에게 (대통령) 경호 실패와 작전 실패, 위기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안보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며 "철저한 대책 강구"를 주문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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