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감독의 고유 권한을 침범한 황당 이유… "유튜브에서 팬들이 원했다"

[인천=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고위층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로테이션과 관련해 김여일 단장과 권순찬 감독의 의견 대립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유튜브 영상의 의견 때문이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을 동시에 사퇴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해 4월1일 흥국생명 사령탑에 앉은 권순찬 감독은 약 8개월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권순찬 감독은 지난 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오전에 갑자기 구단 관계자로부터 2선으로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단장이 (문자로) 오더 내리는게 있었다. 누구 넣고 누구 쓰라고, 제가 그걸 듣지 않았다. 말을 안 듣는다고 (윗선에) 보고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단 고위층 개입'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흥국생명의 신용준 신임 단장은 이에 대해 5일 인터뷰에서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이) 선수 기용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 선수단 운영에 대해서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데, 기용이 아니라 운영에 갈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로테이션 문제에 대해서 의견이 안 맞았던 것으로 안다"며 "팬들이 원하는 것은 전위에 김연경, 옐레나가 같이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엇갈리게 있는 것을 원했다. 그런 부분에서 단장과 감독에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선수 투입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로테이션도 선수 투입에 연장선상이다. 감독의 작전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여일 단장은 권순찬 감독에게 이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준 신임 단장 또한 이 부분을 구단의 선수 개입이 아닌 운영에 관한 토론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러한 개입은 팬들의 목소리를 덧붙여 정당한 것으로 포장했다. 신용준 단장은 "개입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팬들이 원하는 것이고 우승을 하기위한 로테이션에 대한 조언 정도다. 유튜브에서 팬들의 의견이 나왔고 주변에서도 얘기했다"고 전했다.

팬들의 목소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유튜브에서의 이야기를 전체 팬들의 목소리로 설정하고 감독의 고유권한을 침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배구팬들이 유튜브의 의견을 통해 감독의 작전권을 침범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