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러군 `신병 폭사` 비극에 시민들 추모 집회, 무능 비판 목소리도 커져

박영서 2023. 1.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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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마라 시민들이 우크라이나군의 신병 임시숙소 공격으로 사망한 군인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로이터 연합뉴스

100여명 가까운 러시아 병사들의 '폭사 비극'에 러시아 민심이 흉흉합니다. 러시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그들이 허무하게 숨진 원인을 놓고 온갖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침통한 시민들은 숨진 병사들을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새해 전날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신병 임시숙소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으로 공격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89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피해 추산치는 이보다 훨씬 큽니다. 약 400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합니다.

현재로선 양측 발표 모두 진위를 가리기 어렵습니다. 현장이 온통 폐허가 되어 실제 사망자 수를 확인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은 작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단일 공격으로는 최다 인명피해를 낸 사례입니다.

전사한 러시아 군인들은 주로 러시아 중부 사마라(州)에서 소집된 신병들이라 합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령한 동원령으로 모집한 군인 30만명 중 일부였습니다.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사망한 군인들의 출신 지역인 사마라주의 사마라, 톨리야티, 시즈란 등지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특히 사마라주의 중심도지인 사마라에선 200여명이 참석한 집회가 열렸습니다. 시마라시 중앙광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시민들은 정교회 사제가 기도문을 낭독하는 동안 빨간 장미꽃 등으로 전사자를 추모했습니다. 다만 추모 행사에서 집권 통합러시아당 깃발이 보여 일부 참석자들이 친정부 단체의 일원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군의 총체적 난맥상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국의 스카이뉴스는 4일 숀 벨 영국 예비역 공군 소장의 얘기를 토대로 가족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려는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공습의 빌미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벨 전 소장은 "러시아군은 비밀 통신수단이 있지만 이를 이용할 수 없는 병사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 지휘부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많은 병사들이 한 군데에 모여 새해를 함께 맞이하게 되자 휴대전화를 켜고 집에 연락을 하려 했을 것"이라며 "현대전에 필요한 규율과 전문성이 러시아 징집병 부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당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도부 출신 파벨 구바레프는 "이런 실수는 전쟁 초기에나 저지르던 것이다"면서 "설령 신병들이 잘못된 것을 몰랐다 하더라도 당국은 알았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만약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더 나빠지기만 할 것이다"고 경고했습니다.

공습 피해 자체를 병사들에 돌리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이 비극은 장병들이 휴대전화 금지 수칙을 어기고 상대방 무기 사거리 안에서 전원을 켜고 대량으로 사용한 것이 원인"이라고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안드레이 메드베데프 모스크바 지역의회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지휘관이 아니라 일선 병사들 탓을 할 줄 알았다"면서 "병사를 한 곳에 몰아 놓은 것은 지휘관이다"면서 군 당국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문제에 대해 침묵한 사람들, 사망한 병사들에게 탓을 돌리려 한 사람들의 이름을, 역사는 분명히 기록해둘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국 군사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이 신병을 충분히 훈련하기보다는 당장 병력을 늘려 상대를 수적으로 압도하는데 더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면서 "불행히도 병사들의 생명은 소모품이라는 게 러시아 정부의 시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군사 관련 블로거들이 비판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정부 언론·정치인이 탄압당하거나 해외로 추방당하는 사이 블로거들이 강력한 비판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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