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충분히 갖고 있다"… 중년에 깨달은 현명한 소비 [내책 톺아보기]

조용철 2023. 1. 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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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이 책 '사지 않는 생활'의 저자인 후데코 여사도 '우리가 쇼핑 중독에 빠지기 쉬운 것은 소비사회의 세뇌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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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노경아가 소개하는 사지 않는 생활
사지 않는 생활. 후데코 / 스노우폭스북스
'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우리는 모두 자본주의의 그릇 안에서 태어나 자본주의의 공기로 숨 쉬고 자본주의적 목표를 지향하며 살아왔다. 갓난아이 때 숲속에 버려져 늑대의 자식으로 자라지 않은 이상, 누구나 하나의 직업인이 되어 무언가를 생산하기 훨씬 전부터 적극적인 소비자로서 사회의 일각을 담당해 왔을 것이다.

이 책 '사지 않는 생활'의 저자인 후데코 여사도 '우리가 쇼핑 중독에 빠지기 쉬운 것은 소비사회의 세뇌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소비를 냉정하게 통제하는 일은 식욕이나 수면욕 같은 본능을 통제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저자 본인도 지천명인 50세가 넘어서야 슬기로운 소비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세상이 끝없이 팽창할 것만 같던 시절에는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풍조까지 있었다. 신용카드가 그 일등공신이었다. 세계의 부가 집중된 미국에서 특히 심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빚이 재산이다'라는 말이 얼마 전까지 상식으로 통용됐다. 한때 뉴욕 땅을 다 살 수 있는 부를 자랑했던 일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세상의 흐름이 바뀌었다. 영원히 건강할 줄 알았던 지구가 아픔을 호소하며 기후 위기로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그와 거의 동시에 세계 경제의 성장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모두가 덜 쓰고, 덜 갖고, 덜 버려야 잘살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열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전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더 쓰고, 더 갖고, 더 버리는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다.

저자는 중년에 즈음하여 '줏대 없는 소비자'의 생활을 청산하고 '주도적인 소비자'로 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큰일 나겠다'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의 소비생활을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며 사소한 습관을 하나둘 차례차례 바꿨다. 그 방향성과 실천 상황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충실하게 기록하고 자신을 점검하면서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소통했다.

이 책에는, '이렇게 버려라', '이렇게 하면 사지 않을 수 있다', '사지 않고 사는 삶은 이렇게나 행복하다'라는 이야기만큼이나 '내가 쇼핑 중독이었던 이유는 이것이다', '우리는 마케팅과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속고 있다', '행동을 바꾸려면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사실 이미 충분히 갖고 있다', '진짜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식의 본질적인 이야기가 많다. 읽다 보면 자기 내면에 대한 진지한 통찰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여러분도 책장을 덮는 순간 '나의 지속 가능한 행복은 무엇일까'라고 자연스럽게 자문하게 될 것이다.

물론 '구글 시트로 쇼핑 목록 관리하기', '도전 대상과 기간을 압축해 작은 성공 쌓기',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 등 도전을 장기간 지속해 습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꿀팁들도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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