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강국 소명 잊었나"…'항우연 내홍'에 前 수장들까지 입 열었다
기사내용 요약
항우연, 발사체본부→발사체연구소 개편으로 사퇴 줄이어
전임 원장 공동 호소문…"기득권 유지용으로 보이는 논란 심히 우려"
"우주 산업계, 일종의 전장 상황"…젊은 연구원 주역화 필요성 등 제언
항우연, 조직개편 원안 이어갈 듯…사업단 중심으로 효율화 모색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조직 개편 문제를 두고 지난 연말 불거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내홍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과거 항우연을 이끌었던 전임 원장들까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지난해 누리호, 다누리 임무의 성공에 이어 올해에는 뉴스페이스 시대 대비를 위한 본격적인 후속 사업이 시작돼야 함에도 조직 내부 분열로 비춰지는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향후 세계 수준의 차세대 발사체 기술 개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항우연, 성취에 빠져 국가적 사명 잊었나…젊은 연구원들이 주역될 시기 돼"
전임 원장들도 '조직개편' 필요성 공감했나…"우주기술 거대사업화, 발사체보다는 위성에 달려"
전임 원장들은 전 세계가 우주기술의 거대 산업화라는 임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적, 생산적인 내부 논의가 아니라 조직개편을 두고 내홍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스페이스X는 지난해에만 61회의 팰컨 로켓 발사를 통해 수천기의 인공위성을 저렴한 비용으로 궤도에 올렸고, 지난 3일에도 1회 발사로 소형·초소형 위성 114기를 태양동기궤도에 올렸다. 중국도 지난해 창정 로켓만 53회 발사하면서 대량의 인공위성망과 독자 우주정거장을 완성해 가고 있다"며 "전세계 우주 산업계는 미래의 우주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주기술 패권 시대로 변하고 있다. 스페이스X와 같은 우주기술 강자가 언제 어디에서 또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종의 전장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점에서 항우연의 일부 연구자들이 조직의 개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부에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듯 하게 비춰지는 조직 내부의 논란을 언론으로까지 끌고 와 국민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항우연의 전임 원장들은 최근의 뉴스페이스 추세에 맞춰 항우연 전체 연구개발조직의 여러 책임자 자리에 젊은 연구원들을 더 많이 앉혀야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젊은 연구원들이 최신 발사체나 인공위성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IT 등 최신기술 적용에 보다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고, 전세계의 연구 동향에 밝아 최신 경향의 기술을 접목한 도전적인 연구 목표를 잡고 매진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서는 "항우연은 예전에는 젊은 조직이었으나, 초기 20년 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바람에 그 이후에는 젊은 피 수혈이 정체돼 지난 10년 사이에 연구자 평균연령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현재의 원로급 연구원들은 초기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헌신하면서 항우연을 현재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이들의 노력을 존경하면서 젊은 연구원들이 앞장서서 주역이 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항우연 내홍은 지난달 12일 항우연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발사체연구소로 재편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본격화됐다.
올해부터 적용된 항우연의 새로운 조직개편안은 5개 부서와 산하 15개 팀으로 이뤄졌던 발사체개발본부를 2개실, 6개 부서, 2개 사업단, 1개 본부로 구성된 발사체연구소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두고 누리호 개발을 주도했던 고정환 발사체개발본부장과 일부 실무진들은 "항우연은 조직개편을 공표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 기존의 본부·부·팀 체계에서 부와 팀을 폐지하고 본부만 남겨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며 사퇴서를 제출했다.
반면 항우연은 누리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올해부터는 후속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조직개편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누리호·나로호 사업과 달리 차세대발사체 사업은 사업 착수 시부터 체계종합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을 선정해 공동으로 진행돼 민간과의 협업 등을 위해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항우연의 입장이다.
이같은 내홍을 두고 전임 원장들은 "사실 우주기술의 거대 산업화는 발사체보다는 발사체가 싣고 올라갈 위성과 우주궤도 물체에 달려 있다"며 발사체개발본부 측이 아닌 항우연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우주물체들을 지구궤도에 올리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들어내려면 이들 위성의 제작비 저렴화 뿐만 아니라 발사 비용 저렴화 또한 필수적이고, 그만큼 전세계 발사체 연구개발이 이제는 저렴화와 재사용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신설된 발사체연구소가 발사체개발본부보다 더 넓은 사업 영역을 종합 추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임 원장들도 조직 개편의 필요성에 표를 던진 것으로 읽힌다.
이종호 장관 수습에도 계속되는 내홍…항우연, 조직개편안 그대로 갈 듯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연말 이상률 항우연 원장과 고정환 본부장을 만나 합의를 촉구했음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셈이다.
항우연이 지난달 30일 '발사체 조직개편에 따른 업무안정화 지침'을 통해 조직개편안 추진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합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해당 지침에는 조직 개편 이후 조속한 업무 안정화를 위해 올해 진행될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은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발사체연구소장과 각 부장들이 사업단을 적극 지원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지침을 두고 항우연 측은 조직개편 강행 의지 등이 아니라 되려 발사체개발본부 측 인사들이 우려했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발사체개발본부 → 발사체연구소 전환이 후속 사업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사업단을 중심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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