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외교 공들이는 중국…‘미군 주둔’ 필리핀 마르코스 환대

조기원 2023. 1. 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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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취임 뒤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온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을 찾아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은 대만 갈등이 첨예화되며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 마르코스 대통령을 환대했고, 필리핀도 경제협력 심화를 통해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마르코스 대통령을 극진히 맞은 것은 첨예해지는 미-중 경쟁과,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판단하는 대만 문제에서 필리핀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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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환영하는 행사에 참석해 있다. 신화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취임 뒤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온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을 찾아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은 대만 갈등이 첨예화되며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 마르코스 대통령을 환대했고, 필리핀도 경제협력 심화를 통해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과 필리핀은 정상회담 하루 뒤인 5일 28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두 나라는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인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해양국과 필리핀 외교부 해양국 사이에 직접적인 소통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했고,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때 합의가 이뤄졌으나 진척이 없었던 남중국해 석유·천연가스의 공동 탐사·개발에 대한 협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일대일로와 농·어업, 사회기반시설 등 14가지 분야에 대한 협력문서에도 서명했다.

중국은 전날 정상회담에 앞서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환영식 때 마르코스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했다. 예포 21발이 발사되고 양국 정상이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어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자리를 옮겨 열린 회담에서 시 주석은 “양국이 천년 이상 교류했다”며 “마르코스 대통령과 가족은 중국-필리핀 우호를 증진하는 데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마르코스 주니어의 아버지인 마르코스가 대통령 시절인 1975년 양국이 수교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이 지역(동남아시아)이 냉전의 그늘과 블록(진영) 대립에서 벗어나 발전과 번영의 좋은 예로 남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이 미국의 ‘대중 봉쇄’에 참여하지 말고 중국과 경제협력을 통한 발전과 번영의 길을 가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회담 뒤엔 시 주석과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만찬이 열렸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방중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고 양국 우호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기를 기대한다”는 사설을 실었다.

이에 견줘 필리핀 대통령실이 발표한 마르코스 대통령 발언을 보면,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 무역 불균형과 이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고 필리핀 대통령실은 밝혔다.

중국이 마르코스 대통령을 극진히 맞은 것은 첨예해지는 미-중 경쟁과,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판단하는 대만 문제에서 필리핀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군이 사용 중인 마닐라 북서쪽 클라크 공군기지는 대만 최남단과 750㎞ 거리다. 지난해 미군과 필리핀군 연합 군사훈련이 열렸던 루손섬 북부 클라베리아에서 대만 최남단까지 거리는 350㎞다. 대만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미군이 동맹국인 필리핀의 군사기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대만 사태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

미국 역시 지난해 11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필리핀을 방문해 미군을 순환배치할 수 있는 기지를 늘리는 데 합의하는 등 이 나라와 관계 강화에 공을 쏟고 있다. 저우팡인 광둥국제전략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 타임스>에 “미 당국자들이 다음 10여년을 중국과의 경쟁에서 결정적인 시기로 보고 있다”며 “중국이 마르코스 정권 및 다른 이 지역 국가들과 남중국해 상황의 평화를 확보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의 말대로 필리핀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시진핑 3기 출범을 알린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대회 폐막 뒤 가장 먼저 중국을 찾은 외국 지도자는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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