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녹조로 사상 최대 댐 철거, 한국은 보 철거 뒤집는 중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국책사업,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11년이 지났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겠다'며 이명박 정부가 수행한 사업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문재인 정부는 보 개방과 일부 보 해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보를 지키겠다'고 공언했고, 감사원은 지난 정부 보 해체 결정에 대해 감사 중이다. 환경부는 감사원 감사 결론이 나오면 4대강 보 해체 결정을 뒤집을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타파는 2023년 신년 기획으로 <4대강 해답, 미국에서 찾다>를 제작했다.
세계 최대의 댐 철거 프로젝트는 녹조 때문이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가장 큰 논란은 ‘4대강 보가 녹조를 만드는가?’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보에 물을 담은 직후인 2012년 여름, 4대강 전체에서 대규모 녹조가 발생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녹조는 폭염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환경부도 같은 주장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보로 체류시간이 길어진 것이 녹조를 증가시킨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윤 장관의 인정에 대해 4대강 추진세력은 크게 반발했다. 2017년 대선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보가 녹조를 심하게 한다'는 문재인 후보를 반박하며 ‘녹조는 질소와 인이 고온다습한 기후와 만났을 때 생긴다'고 주장해 4대강 세력의 논리를 반복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로 여당이 된 뒤 열린 첫 국정감사에 4대강 사업 전도사를 자임해온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불러 해당 논리를 국회에서 반복하도록 했다. 박 교수는 "4대강 보 때문에 녹조가 생긴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얘기"라고 주장했고, 여당 의원은 "어불성설이라는 말씀이죠?"라며 화답했다. 보가 물 흐름을 느리게 했을 때 녹조가 더 심해지느냐는 지극히 단순한 질문에 대해서도 정권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는 모습은, 생각을 공유하기 어려운 대한민국 사회의 분열상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우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클라마스(Klamath)강을 찾았다. 클라마스강에는 여러 개의 댐들이 늘어서 있어, 마치 한국 낙동강에 보 8개가 늘어선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그런데 클라마스강의 댐들 중 4개를 철거하는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댐들은 전기를 생산하는 수력발전용 댐들인데 댐 운영사인 퍼시픽 코퍼레이션 입장에선 자신들의 자산을 폐기처분하는 셈이다. 왜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댐 철거 프로젝트를 결단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유는 녹조 문제를 해결하고, 연어 등 어류 생태를 회복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클라마스강 줄기를 따라 원주민 부족들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왔는데, 이들의 삶은 1960년대에 댐들이 지어지면서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만난 카룩(Karuk) 부족의 의장(Chairman) 러셀 애터베리 씨는 "댐이 지어진 뒤부터 바다에서 올라오는 연어들이 확연히 줄었고, 그나마도 병에 걸려 대규모로 폐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댐이 연어의 회귀를 막았고, 수질도 악화시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녹조가 번성하면, 가을에도 강에 들어갈 수조차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녹조 때문에 강에서 종교적인 제례를 하는 것이 어려워 진 점도 원주민들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줬다. 원주민 부족정부들은 과학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질과 생태 전문가들을 고용해 연구했다. 그 결과 녹조의 독소가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는 사실과 이 녹조가 댐이 만들어 낸 정체된 수역에서 생성된 뒤 하류로 떠내려 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원주민들은 이 같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댐 철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클라마스 댐 운영사 “많은 노력을 했지만 녹조를 제거할 경제적인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한편 댐 운영사인 퍼시픽 코퍼레이션은 댐에 대한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었다. 면허를 허가해 주는 정부는 퍼시픽 코퍼레이션에 수질과 생태의 개선을 요구했다. 퍼시픽 코퍼레이션은 녹조를 줄이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특히 녹조 제거제를 시험했는데, 경제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퍼시픽 코퍼레이션의 수질 생태 담당자인 데비안 에버트 씨는 “과산화수소 녹조 제거제는 작은 면적의 선착장이나 캠프장의 녹조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곳이 하류 2개 댐의 영역에만 275곳이나 되기 때문에 전혀 경제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녹조를 제거해도 다음날 바람이 불면 녹조가 다시 밀려오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퍼시픽 코퍼레이션은 결국 댐에 대한 면허 갱신보다 철거를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 기관들은 이미 댐들에 물고기 사다리를 만들라는 조건을 걸었고, 그 비용만 4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수질 개선 조건까지 더해지면, 댐을 유지하는 것이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데미안 에버트씨는 "퍼시픽 코퍼레이션이 오랫 동안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했지만, 녹조 문제를 경제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룩 부족 의장 “물이 정체된 곳에서 녹조가 생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십여 년 넘게 논란이 되고 있는 ‘보가 녹조를 심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취재진은 러셀 애터베리 카룩부족정부 의장에게 “한국의 전직 대통령은 ‘댐이 아니라 폭염이 녹조를 발생시킨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다. 애터베리 의장은 “뜨거운 날씨가 녹조를 심하게 하는 것도 맞지만, 녹조가 생기려면 물이 정체돼야 하는 것도 맞다.”고 했다. 카룩 정부의 수질 담당자인 그랜트 존슨 씨는 “대통령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말씀드리는데, 이곳 상황은 분명하다. 녹조와 독소의 원인은 댐이다. 물이 정체된 저수지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지 흐르는 강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댐 운영사의 데미안 에버트 씨도 같은 답변을 했다. “마이크로시스티스와 같은 남세균은 물이 안정된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4개의 댐을 철거해야 하는 퍼시픽 코퍼레이션이야말로 댐이 녹조의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입증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2000년대 초 원주민 부족들의 댐 철거 요구가 시작된 뒤 많은 토론과 연구를 통해, '댐이 독성 녹조(남세균)을 발생시킨다'는 움직일 수 없는 결론을 내렸다.
클라마스 댐 철거는 마이크로시스티스 문제를 해결할 것
그렇다면 클라마스 댐 철거는 남세균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것인가? 퍼시픽 코퍼레이션의 수질 생태담당자인 데미안 에버트 씨와 카룩부족 수질담당자인 그랜트 존슨 씨는 같은 결론을 말했다. ‘클라마스강의 남세균 중 지배적인 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문제는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가장 유해한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많이 배출하는 남세균이다. 한국에서 남세균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는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낙동강에서 여름에 남세균을 채취해보면 적게는 70%, 많게는 90%가 마이크로시스티스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보 철거가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클라마스 댐과 4대강 보가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보면 4대강 보가 훨씬 엄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라마스강의 댐들은 전력 생산용이고 농업용수나 식수를 공급하지 않는다. 클라마스강 줄기에는 원주민들이 사는데 그 인구 수는 몇 만 명 이내다. 녹조가 클라마스강에 창궐해도 영향받는 인구 수는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미국은 댐 4개를 철거하는 결정을 내렸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낙동강만 해도 식수와 농업용수로 쓰이고 있다. 1,300만 명이 낙동강 물을 마시며 살고 있고 낙동강물로 길러진 농산물은 전국으로 팔리고 있다. 녹조가 덜하다고 하지만 기후변화로 어떤 상황을 맞을지 모르는 한강은 또 어떤가?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국민들의 녹조 독소에 대한 안전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6억 톤의 모래 준설은 한국 4대강에 재앙적 충격
생태 문제는 어떤가? 미국 정부는 클라마스강에 댐들이 세워진 뒤 어류 생태가 크게 황폐해지자 댐 운영사에 강제해 물고기 부화장을 세우도록 하는 등 피해를 줄이려 노력했다. 그러나 부화장에서 아무리 물고기를 방류해도 생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물고기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도록 댐 운영사에 강제했다. 댐 운영사는 그 비용을 내느니 차라리 댐을 철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4대강 사업이 한국의 강 생태에 미친 영향은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의 혈맥인 4개의 큰 강들을 저수지로 만들어서, 흐르는 강에 살던 토종 물고기들은 거의 사라졌다. 반면 깊은 저수지에서 사는 외래어종들이 우리 강을 지배하게 됐다. 무려 6억 톤의 모래를 파낸 것이 생태적으로나 강의 자정능력 면에서 얼마나 큰 충격을 줬는지도 고려돼야 한다. 세계적인 하천 복원 전문가 마티아스 콘돌프 캘리포니아대학교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보 설치도 문제지만 진짜 큰 충격은 6억 톤이나 되는 모래를 준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티아스 콘돌프 교수 “4대강 사업이 끼친 해악을 없애는 것이 국가적 선결 과제 돼야"
콘돌프 교수는 “4대강 사업의 구성 요소는 재앙적이다. 과학적 관점에서도, 강을 관리한다는 관점에서도 그렇다. 4대강 사업이 끼친 해악을 없애는 것이 국가적 선결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신년기획 2부작 <4대강 해답, 미국에서 찾다>를 통해 미국의 세계적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4대강 문제를 조명했다.
뉴스타파 최승호 cho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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