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연임 부적격"…국민연금 편든 참여연대 왜?

기사내용 요약
참여연대 '구현모 대표 연임 부적절' 논평 발표
차기 대표 후보 심사 과정에 반발한 국민연금 의견에 동조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서울 종로구 KT 빌딩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0.07.0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KT가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을 확정하고 마지막 절차로 주주총회 의결만 남겨둔 가운데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참여연대는 5일 민주노총·재벌개혁경제민주화네트워크·KT새노조와 함께 논평을 내고 "횡령·정치자금법을 위반한 KT 구현모 대표의 연임 시도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 대표는 과거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다음 이를 국회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외부패방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KT에 과징금 630만 달러를 부과했다.

참여연대는 "구 대표가 손실 보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권익을 침해한 대표를 연임시키려 한다"며 KT 이사회의 결정에도 반기를 들었다. 이사의 선관주의·충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에 반기를 든 것에 대해 공감했다. 국민연금은 차기 CEO를 결정하는데 있어 대표의 연임 적격성 평가를 우선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고 KT가 이를 받아들여 추가로 경선을 거쳤지만 이 역시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 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구 대표 연임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를 암시했다.

참여연대는 “회사 대표가 이사회를 자기 편 인물로 장악해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형해화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려 하기 보다 기업을 사실상 사유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는 방만 경영을 불러오고, 이는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결정적인 독소가 되는 만큼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구 대표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 사례가 국민연금이 연임을 반대할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KT 이사회는 정관상 이사의 부적격 사유가 금고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에만 해당한다고 보고 있지만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의 정당한 주주활동에 대한 반박이나 면피가 될 수 없다고 봤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해당 회사와 관련한 횡령·배임 행위 등 법령상의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은 중점 관리 사안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T 정기 주총에서 앞서 구 대표와 함께 불법 후원에 가담한 박종욱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활동 원칙에 따라 부적격한 KT 이사의 선임을 반대해왔고, 이번에도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다고 봤다.

참여연대는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며 국민연금이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KT 등 지배구조 문제 기업에 대해 단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제안 등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또 다른 시민단체인 약탈경제반대행동도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 표시에 대해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정"이라고 평했다. 이 시민단체는 구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SEC의 과징금을 KT가 수용한 게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나선 근본적인 이유라고 해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