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35억弗 외화채 흥행…한국물 새해벽두 '홈런'
주문액 장중 200억달러 돌파
해외투자자 자금 대거 몰려
한국계 최초 '블루본드' 발행
친환경 해양산업 투자 청신호
금융시장 불안 해소 기대감
한국수출입은행이 3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11월 초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번복 결정이 한국 금융사 전체의 대외신인도 하락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이번 수출입은행의 최대 규모 외화표시채권 발행은 국내 금융사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은은 지난 4일 3년 만기 10억달러, 5년 만기 15억달러, 10년 만기 10억달러 규모로 외화채를 각각 발행했다고 5일 밝혔다. 수은 측은 정부를 제외하고 국내 발행사가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외화 채권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흥국생명 콜옵션 미상환 사태와 국내 채권시장의 불안에 따라 한국물을 향한 글로벌 투자자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은은 조달 규모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10년물은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친환경 선박 건조, 해양재생에너지처럼 해양생태계 친화적 사업에 사용하는 블루본드 형태로 발행됐다. 한국계 첫 블루본드로, 우리 기업의 친환경·고효율 선박 건조를 위한 장기·안정적 자금 지원에 활용됨에 따라 환경 이슈에 민감한 해외 환경·책임·투명경영(ESG) 투자자 유치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수은은 흥행에 고무된 분위기다. 전체 주문도 역대 최대 규모인 170억달러에 달했다. 장중엔 200억달러를 돌파했을 정도다. 아시아, 유럽, 미국 대형 은행과 자산운용사에서 주문이 집중됐다. 투자자 구성을 보면 지역별로 아시아(37%), 유럽·중동(32%), 미국(31%) 순이었고, 기관별로는 연기금·보험사·운용사(46%), 은행(29%), 국제기구·중앙은행(25%) 등이었다.
수은은 "높은 청약 배수로 인해 최종 발행금리는 만기별로 최초 제시 금리 대비 0.35%포인트씩 축소시키면서 신규 발행 프리미엄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청약 배수는 4.9배로 전날 미국 시장 청약 배수 평균인 2.6배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수은 관계자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큰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해 한국물의 첫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어 한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자평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부장도 "대규모 발행을 했는데 청약 배수가 높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면서 "같은 날 홍콩 정부, 호주 은행 등 다수 공모 경쟁이 있었음에도 성공리에 마쳐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수은이 최대 규모로 글로벌본드를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을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을 비롯해 채권시장에 대한 우호적 상황 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로 채권시장으로 투자자금이 유입되며 채권시장에서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채권금리 고점 기대와 함께 우량 회사채 고금리 투자매력이 부각되며 수출입은행의 외화채 발행이 흥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흥국생명 사태와 원화 채권시장 불안에 따른 우려를 종식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채권전략파트장은 "국내 크레디트 시장에서 발행하는 것보다는 현재 미국 달러 시장에서의 발행이 조달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했을 것"이라며 "글로벌 크레디트 시장에서 위상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날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환율을 비롯해 강달러 흐름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이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미국의 장기 금리가 내려가고 경기 침체 이슈가 부각되며 통화정책이 물가보다 경기방어로 전환될 거고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시장이 안정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은이 한국물의 올해 첫 시작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향후 조달을 앞둔 발행사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소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은의 신용등급이 우수하고 아직 시장에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시장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채종원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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