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어릴 때 운동습관

2023. 1. 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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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년 변호사 시절,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체력 때문에 고생을 했다. M&A 협상을 할 때 미국이나 유럽에서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상대방 변호사들은 저녁 식사를 거르고 며칠씩 밤을 새워도 끄떡없는데, 우리가 먼저 지쳐 보이면 안 되므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는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환절기에 감기도 걸리고 허리가 아파 재활의학과를 다니기도 했다. 체력을 기르려고 연초에 헬스클럽 1년 회원권을 사두고서 단 하루도 가지 못한 경험도 있다. 바빠서 운동을 못하고, 운동을 못하니 체력이 달리고, 체력이 달려 업무 효율이 떨어지니 더 바빠지고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같은 사무실 후배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일 운동을 하고 맡은 업무도 잘 해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 비결을 물으니, 어린 시절 해외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서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수영, 달리기 같은 운동을 매일 했는데, 그 습관이 몸에 배서 아무리 바빠도 운동을 거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운동을 하면 체력과 면역력이 좋아져서 업무 효율도 높아지고 아파서 병원 갈 일도 줄어드니 오히려 시간 절약이 된다고 하였다. 그 후로도 필자가 만난 남달리 활기차고 건강하며 업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한 사람들이었고(육상 선수나 수영 선수를 한 경우도 있었고, 기계체조를 배운 경우도 있었다), 어릴 때 길러진 운동 습관과 강한 체력을 성공 비결의 하나로 꼽았다.

WHO 권고 기준에 따르면, 5~17세 어린이와 청소년은 중간 강도에서 고강도 운동을 매일 60분 정도 하여야 하며, 특히 성장기 청소년은 달리기, 수영, 축구 등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18~64세 성인은 일주일에 중간 강도 운동 150~300분 또는 고강도 운동 75~150분 하면 된다고 하니 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인보다 약 1.5~3배 이상 더 운동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실정은 어떠한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2021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매일 운동하는 비율은 고작 1.5%에 불과하고, 전혀 체육활동을 하지 않는 10대의 비율도 34.1%에 달한다. WHO 권고 기준과 우리나라 현실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WHO 조사 결과 146개국 중 한국 청소년의 운동 부족, 특히 여자 청소년의 운동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운동으로 다져진 강한 체력이 있어야 현대의 경쟁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하면서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어린 시절 운동을 하지 못했던 성인이 바쁜 일과 속에서 운동하는 습관을 새로 만들어 가는 것은 필자의 경험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좋은 직장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부모라면 자녀의 하루 일정에서 운동하는 시간을 제일 먼저 배정하여야 할 것이다. 어릴 때 운동 습관, 그것이 곧 경쟁력이다.

[이윤정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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