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흔들릴라… 영·호남 의원들 `중대선거구제` 시큰둥

김세희 2023. 1. 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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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인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 된 가운데 일당 독주지역인 영·호남에서 약자와 강자의 인식이 천차만별이 것으로 드러났다. 두 권역 모두 기득권을 가진 정당의 현역 의원들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시큰둥하다.

민주당 독주 지역인 호남에서는 국민의힘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남원임실순창)은 5일 기자와 통화에서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선 작은 군소정당도 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그러나 지역구 의원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로 반대 목소리가 높은데, 이제는 그런 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근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낸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현행 253석에서 절반 수준인 127명으로 줄이고 중대선거구제도를 도입하되, 권역별 비례대표 127명, 전국 비례대표 46명을 선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전북에서 10년 이상 보수정당 소속으로 정치를 해 온 정운천 전북도당위원장(비례대표)은 오래전부터 선거제 개혁을 호소해왔다.

20 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재선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일당 독주 체제에 한계를 느껴서다. 그만큼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절실한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전북도당은 신중론을 편다. 한병도 전북도당위원장(익산을)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소선구제가 승자독식 구조여서 사표가 다량 발생한다는 문제는 학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공감을 하고 있다"면서도 "선거가 1년 3개월 남은 시점에서 얼마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보수정당이 오랜 기간 독주하고 있는 대구·경북에선 민주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민구 대구시당위원장은 지난 3일 시당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되면 대구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대구 12개 지역구에서 모두 후보를 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나아가 대구시당·경북도당은 소선거구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선거구제 개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 선출 방식인 소선거구제가 개편되면 민주당이 열세인 대구경북에서도 의석을 확보해 약진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시·도당은 6일 중대선거구제 개편안을 대표 발의한 김영배 민주당 의원 초청 토론회를 시작으로 소선거구제 폐지 논의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이후에도 대구형 선거제도 개혁 용역 사업과 시민공청회 등을 거쳐 선거제도 개편을 촉구하는 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에서는 현행 그대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역구 의원 93명 가운데 58명(62.4%)이 영남권 의원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영남권에서 30~40% 가량의 지지율을 얻는 민주당 후보가 2등으로 대거 당선돼 국민의힘 영남권 현역 중 누군가는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이 선거법 개정을 다루는 정개특위에서도 중대선거구제 도입 법안을 하나도 내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야 지도부에서도 '원 보이스'가 나오지 않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단히 복잡한 여러 가지 문제를 포함하고 있고 지역구마다 사정이 다르다"며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전제했다. 반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브라질 방문 일정 중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개혁의 하나로 선거제도 개편이 논의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현행 대통령제에서) 권력구조 개편이 빠진 것은 아쉽다"고 헌법개정 사안을 연계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과 결이 다른 입장을 냈다.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선거구제는 소위 거대 양당이 나눠 먹기를 하기에도 훨씬 편리한 제도"라며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개편) 발언은 최근 국민의 심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다른 방식의 뜻도 포함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중대선거구제 개편과 관련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 쉽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제3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고,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세희·한기호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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