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기금 고갈에 … 실업급여 확 줄인다
실업급여 하한액 낮추기로
최저임금 80% → 60% 추진
실업급여 받기 위한 근무기간
최소 10개월 이상으로 연장
정부가 방만하게 운영된 실업급여를 개편해 고갈 위기에 처한 고용보험기금 정상화에 나선다.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과도하게 올렸던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60%로 다시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5일 정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연내 실업급여 수령 요건은 강화하면서 수령액은 줄이는 방향으로 고용보험기금 개편에 나선다. 이르면 상반기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한국 실업급여의 임금소득 대체율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며 "실업급여 최소 조건인 6개월만 일하고 퇴사를 반복하는 도덕적 해이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고용보험 체계를 손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정부 자문단에서 구체적인 개혁안도 나왔다.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지원단'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 최소 지급 기준인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에서 60%로 낮춘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이다.
실업급여의 최소 수급 요건도 실직 전 18개월 중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근무한 기간을 180일(주말 포함 약 7개월)에서 10개월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원단은 제안했다. 이 밖에 지원단은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큰 기업의 고용보험료를 올리는 '경험요율제' 도입을 통해 기업이 비자발적 실업을 줄이고 정규직을 더 많이 뽑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원단의 개혁안은 고용보험 개편의 방향일 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원단이 제시한 개혁의 지향점은 맞으나, 논의는 어디까지나 의결권을 가진 고용보험위원회와 고용보험제도개선태스크포스(TF)에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은 고용주의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근로자에게 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120일에서 270일까지 실업급여를 지급해 생계를 보호하는 수단이다. 보험료는 비과세액을 뺀 근로자의 월 급여에서 0.9%씩 납부하며 고용주도 똑같이 0.9%를 부담한다. 최소 수급요건인 피보험단위기간은 약 7개월(근무일수 180일)이다. 실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 수준에서 수령하며 현행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다. 상한액은 고용부 고시에 따르는데 올해는 1일 6만6000원이다.
하지만 고용보험 기금은 사실상 거덜 난 상황이나 다름없다. 고용보험기금의 수입과 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적립금은 2021년 5조5828억원, 지난해 5조1835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전망치는 6조693억원이다. 그러나 정부 재원인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차입금을 빼면 2021년 -3조7753억원, 올해 -4조2356억원으로 이미 2021년 적립금이 바닥났다. 고용보험기금의 정부 차입금은 3년간 10조3049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과 함께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지나치게 수혜 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액도 늘린 게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전임 정부는 실업급여 수준을 종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올렸다. 급여 지급기간도 이전 90~240일에서 최장 270일까지 늘렸다. 게다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최저임금을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등 30% 넘게 끌어올리면서 실업급여 하한액도 덩달아 뛰었다.
김문정 조세연 연구위원은 "한국은 실업급여 하한액이 평균 임금 대비 42%로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위 네덜란드가 39%, 3위 포르투갈이 28%이고 OECD 회원국 중 10곳은 아예 하한액이 없다. 김 연구위원은 "높은 실업급여 하한액은 실직자가 노동시장에 복귀할 경우 오히려 금전적 페널티를 주고 특히 저소득층 가구원이 취업할 유인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밖에 실업급여 부정 수급 방지도 추진 중이지만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지연되면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피보험단위기간이 6개월인 점을 악용해 6개월마다 퇴사와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근로자는 매년 전체 수급자의 5%대로 추정된다.
[이종혁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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