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신구의 묵묵한 열연 … 변치 않는 아름다움 찾는 연극
폐관 앞둔 영화관 3대 이야기
말못할 아픔 서로가 치유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작
정의신 작가·구태환 연출
배우 김재건·손병호 출연
"아 태풍이 그렇게 빨리 온대유?" "마지막 상영날이랑 안 겹쳐야 할 긴디." 충청도 변두리의 어느 작은 마을,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영화관 '레인보우 씨네마'가 재개발을 앞두고 폐관일이 정해진다.
초대 주인 조병식(신구)은 그때 그 시절 온 마을 사람이 구경 올 정도로 축제 같았던 개관 첫날을 기억한다. 아버지 뒤를 이어 한평생 영화관을 운영해온 아들 조한수(박윤희)는 긴 세월 소피 마르소에 대한 팬심이 변치 않았고, 서울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손자는 영화관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고향으로 향한다. 마지막 영화 상영일을 하루 앞둔 여름날, 큰 태풍이 휘몰아치면서 3대 가족의 마음 한쪽에 숨겨져 있던 응어리가 하나둘씩 바깥 세상으로 튀어나온다.
지난달 개막한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는 일곱 가지 빛깔이 어우러진 무지개를 닮은 작품이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사람 좋은 웃음이 오가지만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아픔이 있다. 교내 따돌림으로 사랑하는 막내를 잃고 슬픔에 빠진 가족,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숨기며 살아가는 동성 커플, 치매 걸린 어머니의 폭력을 견디고 사는 자식 등 시간이 흐르며 무대 위엔 사연들이 하나둘씩 얽히고설킨다.
작품에선 극의 중심을 묵묵히 지켜나가는 배우 신구의 깊이 있는 연기가 단연 눈에 띈다. 올해로 87세인 노배우는 지난해 여름 개막한 연극 '두 교황'의 막이 내린 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이번 무대에 올랐다. 그보다 앞선 같은 해 3월께에는 건강 문제까지 생겨 연극 '라스트 세션'에 중도 불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신구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극을) 하고 싶으니까 한다"며 "바쁜 물결 속에서 놓치는 것이 많을 것 같다. 그런 현실에서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는 연극"이라고 작품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 밖에 배우 김재건, 손병호, 박윤희, 성노진 등 탄탄한 연기를 지닌 이들이 무대를 꾸민다. 손병호는 이번 연극에 임하며 "무대에 서는 순간 배우로서의 참맛을 느낀다"며 "'내가 살아 있구나'라고 확인하는 작업이 무대"라고 애정을 표했다.
2018년 초연으로 선보인 이후 사회가 외면해온 문제를 서로 직면하고, 잊혀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41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유명한 재일교포 출신 정의신 작가와 연극 '사랑별곡' '황색 여관' 등으로 따뜻한 유머를 보여준 구태환 연출이 참여했다. 초연부터 공연을 함께해온 구 연출은 "이 작품은 공감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제각각 다른 색이 만나 어우러져 무지개가 만들어지듯 일곱 명의 다른 인물이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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