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금의 무회전 킥] 마음의 평화 이룬 오은선의 “한 걸음, 또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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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계에는 오랜 격언이 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암벽 등반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이 말에는 암벽 등반가의 강한 자존심이 들어있지만, 다른 한편 보통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국내 여성 최초의 7대륙 최고봉 등정,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 무산소 완등의 주인공 오은선이 최근 출간한 <오은선의 한 걸음> (허원북스)의 첫 대목은 인수봉 등정으로 시작한다. 오은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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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계에는 오랜 격언이 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암벽 등반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이 말에는 암벽 등반가의 강한 자존심이 들어있지만, 다른 한편 보통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기자도 전문 산악인의 도움을 받아 인수봉 암벽 등반을 해봤으니 ‘경험자’에 속하는데, 실제 10여년 전의 그 등반 기억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국내 여성 최초의 7대륙 최고봉 등정,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 무산소 완등의 주인공 오은선이 최근 출간한 <오은선의 한 걸음>(허원북스)의 첫 대목은 인수봉 등정으로 시작한다.(히말라야급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암벽과 빙벽 등반 기술은 기본이라고 한다)
초등학생 시절 “까만 점들이 꼬물거리는” 인수봉을 지날 때 “어른이 되면 꼭 해봐야지!”라고 했던 오은선은 1980년대 막상 대학 산악부에 들어갈 땐 겁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첫 인수봉 등반에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벅찬 감동”을 느끼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가 8000m 이상 고봉에 도전한 것은 계획된 것이 아니다. ‘여성 에베레스트 원정대’ 모집 공고에 혹시나 하며 신청서를 내 에베레스트(8848m)에 오르게 됐고, 두번째 오른 가셔브롬2(8035m) 등정도 대학산악연맹의 원정대 파견 공모에 지원해 이뤄졌다. 브로드피크(8047m)와 마칼루(8463m) 첫 도전 실패 때는 다른 원정대에 끼어서 갔다. 당시 동료와 셰르파의 사망 사고를 겪은 그는 “산이 허락하지 않으면 맞서지 않겠다”는 교훈을 새기게 된다.
고산 등정은 위험의 연속이다. 해가 비추지 않았다면 “동태가 될 것 같은” 추위나 “차라리 절벽 아내로 떨어지는 게 편할 것” 같은 피로감은 일상적이다. 제3 캠프에서 밤이나 새벽에 출발하는 정상 도전은 때로 20시간 넘게 걸리는 여정이 되기도 한다.
무리한 등정의 압박감이나 대장에 의해 주도되는 위계질서 강한 원정대 문화가 때로 독재나 권위주의로 바뀐다. 남성 중심 원정대의 주변부에 있는 여성이 느끼는 소외감은 크다. 이런 까닭에 독립적으로 팀을 꾸려 엘부르즈, 매킨리, 킬리만자로, 빈슨매시프 등 7대륙 최고봉에 먼저 오르기도 했다.
그의 히말라야 14좌 무산소 등정은 비슷한 시기에 스페인, 오스트리아의 여성 산악인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고 고미영과 ‘세계 최초’를 향한 라이벌 관계로 묘사됐다.
이런 상황 속에 2009년 칸첸중가(8586m) 등정은 그의 정상 사진에 대한 의문 제기로 논란이 됐고, 한 방송사 프로그램은 악마의 편집으로 그에게 불리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나는 숨을 쉬기 위해 잠적했다”는 그의 말은 미디어의 폭력 앞에 선 개인의 무력감을 보여준다.
산악인들은 “산에 오르면 그만이다. 누가 기록하고 말고가 아니라 자신이 만족하면 된다”고 한다. 그것을 상업성이 배제된 알피니즘이라 부를 수 있다. 실제 지피에스(GPS)로 정상 지점을 명확하게 표시해 놓지 않는 한, 어떤 이도 정상에 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등정은 분·초나 센티미터로 기록을 다투는 스포츠가 아니다.
오은선은 칸첸중가 완등에 대한 자신의 양심은 셰르파에게 외친 “풀샷”에 있다고 했다. 그는 정상 행을 자신했던 것이다. 그 논란을 떠나서라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와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한 그의 경험은 한국 산악계의 큰 자산이다. 그의 성취는 ‘한 걸음, 또 한 걸음’이 이룬 것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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