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렇게 둘이 인터뷰 했으면 좋겠어요” FC서울에서 뛰는 이을용 두 아들, 이태석-승준[인터뷰]

이정호 기자 2023. 1. 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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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레전드인 이을용 감독의 아들인 이태석(오른쪽)-승준 형제가 FC서울 에서 함께 뛴다. 둘이 지난 4일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FC서울은 지난달 29일 유스팀인 서울 오산고를 졸업한 3명과 프로 계약을 맺었다. 프로로 직행한 셋 중에 이승준(19)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멤버인 이을용 용인시축구센터 총감독(48)의 둘째 아들로 시선을 끌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서울에서 뛰면서 감독(대행)까지 역임했다. 이 감독의 장남 이태석(21)도 이미 오산고를 졸업하자마자 2021시즌부터 서울에서 뛰고 있어 더 특별했다. 형제가 프로 무대를 모두 밟는 것도 쉽지 않은데, 세 부자가 서울이라는 명문팀에서 뛰게 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4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이태석-승준 형제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라며 기뻐했다. 이승준은 “아빠부터 형, 그리고 저까지 서울이라는 팀에서 뛴다는 게 신기하다”며 “어릴 때 형과 함께 경기를 뛰면서 형의 패스를 받아 내가 골 넣고 수호신(서울 서포터스) 앞에서 함께 세리머니하는 것을 많이 생각했었다”고 설레했다. 2년 앞서 이을용의 아들로 서울에 입단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태석도 “동생이랑 함께 주목받으니 새롭다”며 웃었다.

이미 프로에서 경험치가 쌓인 형 이태석에게 조금 더 여유가 느껴졌다. 입단 당시 즉시 전력감이라 평가받던 이태석은 서울의 왼쪽 수비를 책임지는 주전으로 뛰고 있다. 이태석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로 뛰는 동생도 좋은 자질을 갖췄다며 “일단 활동량 많고 볼 터치가 부드럽다. 키핑, 패스 센스 등이 좋은 미드필더”라고 소개했다. 이승준은 기량 뿐 아니라 지난해 7월 K리그 유스챔피언십 결승 승부차기에서 파넨카킥을 성공시키는 대담함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둘은 본가에서 함께 오가며 개인 훈련도 같이 한다. 이날 새해 들어 두 번째 팀 훈련을 소화한 이승준은 “형이 훈련 합류를 앞두고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테니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를 철저하게 해라’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도 힘들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확실히 프로 형들은 다르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재미있었다. 이렇게 힘든걸 이겨내면 더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승부 근성을 드러냈다.

둘 사이 허물없이 주고받는 대화 ‘티키타카’가 평소 관계를 짐작케 했다. 이태석은 “우린 친구같은 사이”라고 했다. 늘 2년 앞서가는 형을 바라봐야 했던 이승준에겐 경쟁자이기도 했다. 이승준은 “형은 롤모델이라기 보다 이기고 싶은 사람이었다”며 “형과 축구를 많이 했는데, 일대일이나 달리기를 하면 지니까 리프팅 대결에서 이기거나 멋진 것을 성공하면 형한테 많이 까불었다”고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레전드인 이을용 감독의 아들인 이태석(위)-승준 형제가 FC서울 에서 함께 뛴다. 둘이 지난 4일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먼저 프로팀에 자리잡은 형은 좋은 자극제이기도 했다. 서울의 홈 경기 때 볼보이로 종종 참여할 때마다 형이 뛰는 왼쪽에 자리잡고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승준은 “형이 스로인을 잘 던질 수 있게 옷으로 정성스럽게 공을 빡빡 닦아서 줬다. 멋진 플레이를 하면 조용히 박수를 쳐줬다. 형은 잘 모를거다”고 웃으면서 “‘나도 저런 무대에서 형이랑 왼쪽 라인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했다.

화려했던 축구 커리어를 지낸 아버지를 둔 것은 2세 축구 선수들에겐 축복이면서도 부담이다. 두 형제는 피할 수 없는 압박에 당당히 맞선다. 팀 내에서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한 이태석은 프로 3년차를 맞은 2023년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조금 뾰족해진 그의 턱선에서 치열한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 관리와 함께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한다는 이태석은 “먹고 싶은 것도 많지만 조절하면서 운동한다. 지난 시즌 잔부상도 많아 아쉬운 시즌이었던 만큼 아무래도 몸을 잘 만드는데 더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도 조금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내고 싶지만, 팀에 더 희생해서 FC서울이라는 팀을 명성에 맞는 자리로 올려놓고 싶다”고 굳은 다짐을 밝혔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동기부여를 주는 만큼 새 시즌을 앞둔 각오가 다부졌다.

이승준은 신인으로 “매 훈련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해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뛸 기회를 얻고, 팀에 작게라도 보탬이 되는게 목표”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여기에서 만족할 수 없다. 둘의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먼저 당당히 서울의 주전으로 자리잡은 뒤 3년 후에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순간을 꿈꾼다. 아버지와 함께 세 부자가 연말 카타르 월드컵을 함께 봤다는 이태석은 “다음 월드컵이 열릴 때는 우리도 월드컵에 도전할 수 있는 딱 좋은 나이”라며 “축구선수라면 모두가 꿈인 월드컵 무대에 동생과 함께 설 수 있는 영광을 위해서도 같이 노력할 것”고 했다. 이승준도 “아버지께서도 ‘너희들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노력하면 월드컵에도 함께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석은 “매 해 이렇게 둘이 인터뷰했으면 좋겠어요. 둘 다 잘하고 있다는 의미일테니”라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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