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軍 "北무인기, 대통령 경호구역 침범"…신구 권력, '네탓' 공방
대통령실 인근 도심지까지 침범 사실 드러나 체면 구겨
軍 "용산 뚫렸다는 의미아냐, 대통령실 안전 이상無"
야당 국방위원들, 수방사 찾아 " "질타
[이데일리 김관용·박기주 기자]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중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까지 침범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 인근 상공을 북한 무인기가 비행했다는 지적에 군 당국은 “은평구 등 서울 북부 지역만 침범했다”며 거듭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군의 부인이 거짓이었다는 얘기다.
이에 야당은 ‘작전실패’·‘허위보고’를 주장하며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수도방위사령부를 찾아 대응 태세를 질타했다. 특히 무인기 대응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軍 “서울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 일부 침범”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전투준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용산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단,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지점이나 침범한 거리 등의 정보는 “스치고 지나간 수준”이라며 ‘국가안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가 카메라 등의 장비를 탑재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군 당국은 해당 북한 무인기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고 해도 ‘정보’로서 가치가 큰 사진은 촬영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행 고도와 거리 등을 기반으로 분석했을 때 구글 지도 이상의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군의 전투준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 북한 무인기의 침범 당시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탐지됐지만 작전 요원들이 이를 무인기로 평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대응작전에 참가한 부대 등을 상대로 작전상황 전반을 점검했는데, 이들 부대 보고 자료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북한 무인기 추정 항적이 장비에 포착된 기록 등을 대조해 뒤늦게 확인했다는 것이다. 군의 정보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침투했다는 분석은 사태 초기부터 제기됐지만, 군은 무인기가 ‘서울 북부’ 지역에서만 비행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합참에서 보고한 비행궤적을 보니 은평, 종로, 동대문, 광진, 남산 일대까지 온 것 같다. 비행금지구역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바 있다. 군은 이를 부인하면서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일주일도 안 돼 결론이 뒤집혀 체면을 구긴 모양새다.
이날 국회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서울 수방사를 방문해 북한 무인기 대응 현장을 확인했다. 김 의원은 “(북한 무인기의) 상공 울타리 침투는 작전 실패, 경호 작전 실패, 위기 관리 실패”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2017년 이후 무인기 잡는 훈련이 없었다고 했는데, 와서 확인하니 1일 2회 한다고 한다. 이렇게 열심히 훈련하는 장병에게 훈련하지 않았다는 건 모독”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드론 관련) 대책을 안했다고 하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당시 들여온 레이더로 이번에 온 무인기도 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북한 무인기를 둘러싼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군 당국 등으로부터 무인기 대응 전략을 보고받은 뒤 북한의 무인기 침범에 대응할 합동드론부대 창설을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창설한 드론봇 전투단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문 정부 최대 성과 중 하나인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북한 도발이 이어지면 이 합의의 효력 정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와 신년 회동 자리에서 무인기 대응과 관련해 레이더 도입 등 상당한 준비를 진행했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윤 대통령을 향해 “서로 소통하지 않는 정치를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국민을 힘들게 만드는지를 지난 1년간 실감했을 텐데, 계속 그렇게 하는게 너무 안타깝게 생각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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