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어 더 무서운데…'고혈압' 진단 직전, 이렇게 하면 벗어난다
[편집자주] [편집자주] 고혈압은 고지혈증·당뇨병과 함께 한국인에게 흔한 3대 만성질환이다. 우리 국민 60대 이상의 50%, 70대 이상의 65%가 고혈압 환자다. 고혈압은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딱히 증상을 동반하지 않지만 무서운 합병증을 데려오는 탓이다. 평소 혈압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본지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건강 소망인 ▶다이어트 ▶금연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3대 만성질환'의 극복을 위해 각 분야 전문의의 조언을 참고로 새해 건강 설계 전략을 5회 연속 제시한다. 그 세 번째로 '고혈압 벗어나는 수칙'을 알아본다.
고혈압은 왜 생길까.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는 실정이다.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는 "왜 발병했는지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본태성'이라고 규정하는데,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이 본태성 고혈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고혈압 발생 원인의 30%는 유전적인 소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평소 식습관을 철저히 지켜도 고혈압이 어느 정도는 '내정'돼 있을 수 있단 얘기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는 "고혈압은 특정 유전자 1개가 일으키는 게 아니라,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생활습관과도 상호 작용하므로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어떤 기전으로 발생할까. 강 교수는 고혈압의 발생 기전을 노후화한 수도관에 빗댔다. 가정에서 깨끗한 물을 쓰려면 상수원(심장)에서 압력을 가해 물(피)을 보내는데, 압력을 계속 가하면 시간이 지나 수도관이 노후화한다. 이 수도관에 평소보다 물이 더 많이 흐르거나, 안에 노폐물이 쌓여 압력이 오르면 급수 중단, 혼탁수 같은 문제가 생긴다. 강 교수는 "마찬가지로 심장에서 피를 온몸으로 보내려면 심장에서 높은 압력으로 혈액을 짜줘야 하는데, 혈관이 딱딱해지거나 혈액량이 증가해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면 혈관과 심장에 무리가 가며 이런 상태를 고혈압이라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뒤따르는 합병증은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이 대표적이다. 만성 콩팥병, 치매, 골다공증 같은 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질환에 걸쳐 악영향을 끼치는 탓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고혈압이 전 세계 질병(사망 포함)의 20%를 차지하는 위험인자로 규정했다. 이는 담배,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기타 위험 인자를 제치고 전체 위험인자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혈압을 재지 않는 이상 혈압이 높아져도 알 길이 없다. 게다가 혈압을 재서 높게 나왔어도 별다른 증상이나 불편감이 없어 방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강 교수는 "고혈압을 방치하면 당장엔 괜찮아 보여도 5년, 10년, 20년 후 혈관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그제야 혈관을 치료하려 해도 혈관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어 치료가 힘들어진다"고 경고했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정상 혈압은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이 가장 낮은 '최적의 혈압'이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에 120㎜Hg 미만이면서 이완기에 80㎜Hg(이하 단위 생략) 미만인 경우다. 기준이 '미만'이므로 정확히는 각각 119, 79까지만 정상에 해당한다. 만약 수축기 혈압이 120㎜Hg이면서 이완기 혈압이 79㎜Hg인 경우는 '주의 혈압'에 해당한다. 주의 혈압은 수축기가 120~129㎜Hg이면서 이완기는 80㎜Hg 미만일 때다. 이 경우 평소의 식습관을 점검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수축기가 130~139㎜Hg이거나 이완기가 80~89㎜Hg이면 '고혈압 전(前) 단계'다. 고혈압 전 단계보다 높으면 고혈압으로 진단받는다. 고혈압은 다시 혈압 강도에 따라 1기, 2기로 구분한다. 고혈압 1기는 수축기 140~159㎜Hg 또는 이완기 90~99㎜Hg일 때, 고혈압 2기는 수축기 160㎜Hg 이상 또는 이완기 100㎜Hg 이상일 때다.
그렇다면 혈압약은 어느 단계부터 먹는 게 좋을까. 대한고혈압학회의 진료지침(2018)에 따르면 "고혈압 약물치료는 위험인자 또는 동반 질환 유무에 상관없이 혈압이 140/90㎜Hg 이상인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고혈압 1기냐 2기냐와 상관없이 고혈압 단계이면 약을 처방하라는 것이다. 고혈압약은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닌,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게 목적이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을 복용해 수축기 혈압을 10㎜Hg만 낮춰도 뇌졸중 발병 위험은 27%, 관상동맥 질환 발병 위험은 17%, 심부전 발병 위험은 28% 감소하고 사망 위험도 13%나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혈압이 정상보다는 높지만, 고혈압은 아닌 '고혈압 전 단계'라면 혈압약을 먹어야 할까. 여기엔 학계의 이견이 있다. 미국심장학회는 2017년 고혈압의 기준을 기존(140/90㎜Hg)보다 더 타이트하게 잡아야 합병증을 더 빨리 예방할 수 있다며, 고혈압의 기준을 130/80㎜Hg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혈압 전 단계 환자는 약물치료가 아닌 생활요법을 권고한다. 실제로 고혈압 전 단계에서의 약물치료가 되레 저혈압을 유발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약물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고혈압 즉,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40/90㎜Hg 이상일 때 혈압약을 복용하도록 권장된다.
혈액량을 결정하는 요인은 물이 아니라 소금이다. 소금이 물을 끌어들인다. 짜게 먹으면 혈액량이 많아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싱겁게 먹으면 수축기 혈압을 5㎜Hg 정도 낮출 수 있다. 국·찌개를 먹을 때 나트륨이 많은 국물은 피하고 건더기만 골라 먹는 습관을 들인다.
2 건강한 식단
쌀이 주식인 한국인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게 좋은 방법이다. 다섯 가지 색깔의 신선한 채소·과일을 골고루 챙겨 먹는다. 포화지방산·트랜스지방산은 혈관에 기름때(LDL콜레스테롤)가 끼게 하는 주범이다. 고기를 먹을 땐 기름이 적고 담백한 부위를 선택해 포화지방산 섭취를 줄인다. 튀김엔 트랜스지방산이 많으므로 과식을 자제한다.
3 절주
술 마신 다음 날 혈압을 측정하면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루 30㎖(소주 3잔) 이상 알코올을 섭취하면 경증 고혈압의 발생 빈도가 3~4배 증가한다.
4. 적절한 체중 유지
일반적으로 체중을 5㎏ 정도 감량하면 수축기혈압을 4~5㎜Hg 낮출 수 있다. 적정 체중일 때 해당하는 BMI 22.5~25를 유지하면 여러 대사증후군을 예방해준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5. 운동
신체활동이 적은 사람은 활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보다 고혈압이 생길 확률이 20~50% 더 높다. 땀이 날 정도의 중등도 이상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150분(2시간 30분) 이상 실천하면 혈압이 5~8㎜Hg 낮아진다. 무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심폐지구력과 근력을 모두 향상할 수 있다. 단, 근력 운동이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리므로 평소 혈압이 160㎜Hg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는 경우 근력 운동을 삼가는 게 안전하다.
6 담배 끊기
흡연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릴 수 있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이 교감신경을 자극해 지속적인 혈압 상승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고혈압 환자는 이미 심뇌혈관 질환 고위험군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7 혈압약 규칙적으로 먹기
고혈압에 처음 진단되면 약물 치료를 바로 시작하지 않는다. 3개월 정도 생활습관을 교정해보고 다시 평가한다. 이들 가운데 약 10%는 혈압을 정상화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습관 교정을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혈압약은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을 입증했다. 혈압약을 처음 먹으면 약간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낮아진 혈압에 대해 몸이 적응하면서 생기는 반응으로, 대부분 한 달 이내에 사라진다. 또 혈압약을 평생 먹는다고 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 데다 약물 의존성이 없어 오래 먹어도 약효가 떨어지지 않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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