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 뚫린 '무능·몰염치' 軍 수뇌부 책임론 대두
기사내용 요약
합참 주관 훈련만 진행…공식 사과나 책임지는 행동 없어
정치권서도 '군에서 책임져야 한다' 지적…합참은 유감 표명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 인근을 비행한 데다, 군 당국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군 수뇌부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군의 무능과 몰염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방공작전을 총괄한 합동참모의장이나, 군 최고 책임자인 국방부장관도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6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주부터 진행된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조사에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 구체적인 항적에 대해서는 군사보안상 말씀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초 우리 군은 지난달 26일 남하한 북한의 무인기에 대해 '서울 북쪽 상공만 비행했을 뿐 비행금지구역(P-73)으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합참은 대국민 상대 브리핑에서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한 바 없다. 근거 없는 주장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강력히 반박했다.
비행금지구역은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설정된 구역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 인근 3.7㎞ 구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금지구역은 용산구와 서초·동작·중구 일부를 포함하고 있으며, 비행금지구역의 기준은 용산 전쟁기념관과 대통령 관저 인근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랬던 합참이 돌연 입장을 바꿨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북한의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북쪽으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북한 무인기로 식별하지 않았던 레이더 신호가 정밀조사 결과, 북한 무인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새롭게 내놓은 것이다.
군 당국의 이번 말바꾸기로 인해 군의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한 것은 물론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대공방어망이 뚫린 '작전실패'에 대한 책임과 더불어 군의 정보분석능력에 구멍까지 생겼지만, 그 누구도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김승겸 합참의장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현무-2C 대응사격 작전을 실행했을 때도 작전에 실패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현무 낙탄 사고 원인 ▲주민공지 미비 ▲대통령실 보고 미비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을 때 "보고는 했지만,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보고를 드린 것이 문제라고 본다. 책임질 것이 있으면 제가 책임지겠다"며 강한 어조로 반발한 바 있다.
국방부와 합참은 책임지는 모습 대신 '용산 진입은 아니다'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책임있는 사과나 책임지는 태도 없이 '용산 진입은 없었다'는 해명만 내놓고 있는 상태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실, 용산 집무실에 안전을 위한 거리 밖이었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이 뚫렸음에도, 대통령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해괴한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또 비행금지구역으로 북한 무인기가 진입했음에도, 용산 인근 상공을 지났냐는 질의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북한 무인기가 종로·중구 인근을 지나갔지만, 해당 지역이 용산구 인근은 아니라는 답변도 일반 국민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군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방부에서)사과를 하고 내부 조사를 해서 (이종섭 장관이) 그 당시 그런 단정적인 답변이 나오게 된 그 문책이 국방부 내에서 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진상을 철저히 밝혀 자신들의 작전 실패, 경호 실패를 거짓말로 덮으려 한 국방부 장관과 경호처장 등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합참은 "당시에는 작전요원들에 의해 최초 확인된 사실에 입각해 발표한 것이다. 이후 전비태세검열실이 종합적인 조사 과정에서 정밀분석한 결과를 설명드리게 된 것이다. 다만 두 가지의 차이로 인해 언론 보도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ha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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