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용도·용적률 완화 … 용산정비창 초고밀 복합개발 탄력
정부가 개발사업자로 하여금 땅의 용도, 용적률과 건폐율 등 밀도를 자유롭게 계획해 도시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토지 용도를 공공이 아닌 개발사업자가 결정하는 한국형 '화이트존(White Zone)'을 도입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와 같은 고밀 융복합시설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관련 제도가 시행되면 용산정비창 용지뿐 아니라 문래동과 성수동 일대 등 서울시내 노후 공업지역의 복합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국토교통부는 도시계획 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도시계획이란 쉽게 말해 도시 내 땅의 용도와 밀도를 정하는 작업을 말한다.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으로 구분돼 있는 도시지역은 각 용도지역에 맞는 건축물만 지을 수 있고, 용도지역에 따른 용적률, 건폐율 제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1960년대에 설정된 도시계획 체계로, 그간의 경제·사회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미래형 국토도시 공간 실현을 위한 도시계획 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해왔다.
국토부는 도시지역 내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 등 3가지 종류의 '공간혁신구역'을 도입하기로 했다.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되면 민간 또는 지자체가 용도와 용적률 제한 없이 해당 구역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민간 참여 활성화 차원에서 민간사업자가 도시혁신구역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민간이 특정 지역에 업무시설, 호텔, 아파트, 병원, 공원 등 개발을 자유롭게 계획하고 건축물의 높이도 원하는 대로 지을 수 있게 된다. 토지용도 결정권한을 개발사업자에게 주는 '화이트존'에서 탄생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와 같은 세계적인 복합단지가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해지는 셈이다. 단 주거·상업·공업 용도 중 단일용도 비율은 70% 이하로, 주거용도는 50% 이하로 한정된다. 국토부는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지역이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사업자에게 도시개발법상 사업시행 자격도 부여할 계획이다. 구역 지정 권한은 지자체가 갖는다.
국토부는 용산정비창과 같은 도심 내 유휴용지 또는 국공유지 등이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서울시가 다용도 복합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용산정비창이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개발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 사업계획 수립에만 통상 4~6년이 소요되는데,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추진되면 이 과정이 2년 내 가능해진다"며 "사업시행자(코레일, SH)가 계획한 개발계획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기개발된 지역에 대해선 복합용도구역을 적용한다. 복합용도구역은 주거·상업·공업 등 기존의 용도는 유지하되, 용도지역을 변경하지 않고도 다른 용도시설의 설치가 허용된다. 공업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에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복합용도구역은 특히 도심 내 쇠퇴한 노후 공업지역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국토부 측은 설명했다. 서울의 경우 문래동, 신도림동, 구로동, 성수동 내 준공업지역들이 주거·문화·업무를 아우르는 복합지역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서울시는 이들 준공업지역의 복합용도구역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경우 부산 사상공업지역이 복합용도구역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국토부는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후·쇠퇴로 기존 용도지역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전면 재개발보다는 점진적·융합적 전환이 필요한 지역이면 어디든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합용도구역 역시 각 지자체가 지정 권한을 갖는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공간혁신구역 후보지를 선정해 선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장 이달 내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길병우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도시계획을 혁신해 글로벌 도시 경쟁력과 국민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며 "민간이 개발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규욱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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