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무인기 침투 안했다"는 공개 브리핑, "침투 가능성 높다"는 비공개 백브리핑

조현호 기자 2023. 1. 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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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비행금지구역(P-73) "침범? 근거없어"→"지나간 듯" 거짓말 파문 확산
국방부 대변인 "민간인도 사는데 왜 공개브리핑 아닌가" 질의에 국방부측 "보안 문제"
민주당 "경호 실패보다 거짓말이 더 나빠, 엄중 문책할 것"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이 포함된 서울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하지 않았다던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뒤늦게 이 구역을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시인했다. 무인기 사건이 안보실패에서 거짓말 논란으로 파장이 커지게 됐다.

특히 국방부와 합참은 비행금지구역 침범 사실이 없다고 부인할 때는 공개(영상 포함) 브리핑에서 밝혔으면서 뒤늦게 이를 번복할 때는 출입기자들에게만 비공개(백브리핑)로 밝혀 또다른 진실 은폐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에 합참은 은폐 하려는 게 아니라 군사보안 문제가 있어서라고 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해당 비행금지구역에는 민간인도 거주하는 도심인데 왜 온브리핑(공개 브리핑)을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조선일보는 5일자 1면 '나사 빠진 군 수뇌 “용산 뚫렸다” 실토'(온라인 기사 제목:'[단독] 北 무인기에 용산 대통령실 3km 상공 뚫렸다'에서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領空)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가운데 1대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3㎞ 거리 상공까지 침투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 소식통이 통화에서 “북한 무인기 1대가 지난달 26일 서울 비행금지구역(P-73) 끝에 스치듯 지나간 항적을 뒤늦게 찾아냈다”면서 “약 700m가량 P-73 구역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고 썼다. P-73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반경 3.7㎞에 달하는 구역으로, 서울시청과 중구, 남산, 서초·동작구 일부도 포함된다.

조선일보는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 무인기는 경기 김포와 파주·일산 사이의 한강 하구를 따라 저공 비행을 하며 용산 인근까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종석 국방부 장관 등 안보라인이 4일 윤석열 대통령에 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도 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5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P-73)을 침투했는지 안했는지를 공개적으로 밝혀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보안상 문제로 백브리핑에서 비공개로 밝히겠다고 답하고 있다. 합참은 일주일전엔 공개적으로 침투한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날은 비공개 백브리핑을 통해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진=국방부 영상 갈무리

이에 국방부와 합참은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북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투 가능성이 높다는 앞뒤가 다른 해명을 내놓았다. 합참은 5일 아침 문자 공지를 통해 “'용산이 뚫렸다'라는 某 매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님”, “내용은 백브리핑시 설명 드리겠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날 오전 진행한 공개한 정례브리핑에서도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적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지났다고 하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하면서도 '비행금지구역 침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은 유지하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변화가 있어서 그 사항을 설명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개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별도로 가진 백브리핑에서 합참 관계자들은 이를 시인했다. '합참 고위 관계자가 이날 백브리핑에서 “무인기 한 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는 것이 사실이냐 질의에 합참 공보실 관계자는 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 말씀을 했다”고 확인했다.

이어 합참 관계자가 일주일만에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투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번복하는 것이냐는 질의에 “지금 (입장을) 바꿔드리는 것”, “(비행금지구역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다”, “저희도 고민을 했다, 이렇게 한다는 게 참 저희도 그렇다, 하지만 저희는 그것보다는 신뢰와 투명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이 합참 공보실 관계자는 전했다.

'허위발표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합참 공보실 관계자는 “우리가 당시에는 최초 확인된 사실에 입각해 발표했는데, 전비태세 검열단이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니, 비행금지구역이 북쪽 끝 일부에서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알권리 보장과 군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최대한 국민에게 빨리 알려주자는 차원에서 오늘 밝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행금지 구역 침투 부인했다 번복, 왜 국민들에 공개적으로 안 밝히나

무인기 비행금지구역 침투 사실을 공식 부인하는 것은 공개적인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밝혔으면서 이를 번복하는 입장을 출입기자단에게만 제한적으로 비공개 브리핑(백브리핑)한 것은 또다른 진실은폐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백브리핑(백그라운드브리핑:배경설명)은 질문에 답변하는 발언자의 실명을 가린채 주어를 '국방부 또는 합참 (고위) 관계자 또는 당국자' 등의 호칭으로 사용해 보도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하는 형태의 브리핑이다. 이는 하기 전에 취재원과 기자가 사전에 합의해야 가능한 것이고, 한 기자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이 브리핑은 성립되지 않는다.

5일 공개브리핑 자리에서 한 기자가 '군당국이 대통령 보고 때 북한 무인기 1대가 비행금지구역 P73에 진입한바 있다고 보고했다고 하는데, (이 사실을) 백브리핑에서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그 P73 영역이 군이 관할하는 영역을 넘어서 민가가 있는 지역인데, 온브리핑(공개브리핑)에서 확인해 주실 의향이 없느냐', '굳이 기자들이 모여 있는 백브리핑에서 확인해 주시겠다고 하는 이유가 뭐냐'며 비판적인 질문을 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합참에서 여러 설명을 드렸는데 저희 작전과 관련된 부분, 또 보안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며 “그것을 온브리핑에서 설명드리는 것과 또는 백브리핑에서 저희 관계자로서 설명드리는 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이어 '그래서 질문을 드린 건데, 중요한 사실이고 국민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굳이 백브리핑에서 확인해 주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전하규 대변인은 “조금 더 상세하게, 소상하게 설명을 드리고 기자분들의 질문에 답변을 드리기 위해서 저희가 그런 기회를 갖는 것”이라며 “여러 질문들이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 대해서 군이 후속조치를 철저히 해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하겠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합참 공보실 관계자는 “방법적 측면에서 백브리핑한 것이고, 전비태세 검열이 진행 중이고, 당장 공개적으로 밝힐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허위 보고시 군형법상 최고 사형에 해당된다는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비판을 두고 이 관계자는 “허위성의 부분은 최초 확인된 사실에 입각해 발표했으나, 좀더 정확히 전비태세가 검열하다보니 (추가) 확인된 사실을 알 권리를 위해 빨리 설명해드린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허위보고라는 표현의 동의 여부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보도 가운데, '용산이 뚫렸다'는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는 근거가 뭐냐고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행정구역상) 용산 상공을 통과한 항적은 없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P-73(비행금지구역)에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구도 포함돼 있으니 그 구역 일부에 진입한 것을 두고 그런 상징적 표현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용산이 뚫렸다는 표현을 하니까, 용산구의 (하늘)에 무인기가 오지는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선일보 2023년 1월5일자 1면

한편, 민주당은 국방부 합참의 무인기 침투 번복에 성토하고 나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이 이미 그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가짜뉴스다', '이적행위다' 라며 정쟁으로 치부하며 펄쩍 뛰더니 결국 뒤늦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 장성 출신의 김병주 의원은 “완벽한 경호 작전의 실패이고, 더 나쁜 것은 거짓말”이라며 “군에서 가장 안 좋은 것이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작전을 하는데 적이 이리 오는데 '이쪽으로 온다'라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 후속 작전이 다 실패한다”며 “군과 경호처의 작전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이런 것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대통령실 졸속 이전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면서 “대통령실이 청와대에 있을 당시에는 비행금지구역을 광범위하게 8km로 하고, 촘촘한 대공 방어망을 구축했는데,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방공진지들의 이전이 이루어져 부적합한 장소에 많이 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군 형법 38조에는 군사와 관련해서 거짓으로 명령, 통보를 하거나 보고를 한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최고 사형에까지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정부가 북한의 무인기 침투 사실과 관련해서 국민에게 허위 보고를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이 전비 태세 검열 과정에서 드러났음에도 오늘 또 합참이 부인하는 입장을 냈다”고 밝혔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반드시 국정조사에 준하는 청문회가 필요한 사안이고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문을 추진해서 이 안보의 구멍, 경호 작전의 실패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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