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내홍에 전 원장단 "우주강국 소명 잊었나" 우려 표명

고재원 기자 2023. 1. 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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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구자들 책임자로 더 많이 기용해야" 제안
지난 6월 21일 2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발사 장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임원장 6명이 최근 불거진 항우연의 조직개편 내홍에 대해 “한국의 우주강국 진입이라는 국가적 사명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소명을 잊어버린 듯하다”며 “심히 걱정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항우연 내 일부 연구자들이 조직개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조직 내부 논란을 언론으로 끌고 와 국민들을 걱정시키고 있다”며 연구원 전체 연구개발조직의 여러 책임자를 젊은 연구원들을 더 많이 기용할 것을 건의했다. 

홍재학, 장근호, 채연석, 이주진, 김승조, 임철호 6인은 5일 ‘은퇴한 전임원장들의 호소문’을 통해 “항우연 내 일부 연구자들이 조직의 개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부에는 기득권 유지하기 위해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듯 하게 비춰지는, 조직 내부의 논란을 언론으로까지 끌고 와 국민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오히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세계 발사체 개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향상된 로켓을 개발할 것인가로 열띤 내부 논의가 필요한 순간”이라 강조했다.

이들은 연구원 내 보직에 젊은 연구자를 기용할 것을 건의했다. 이들은 “(항우연은) 초기 20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바람에 그 이후에는 젊은 피 수혈이 정체돼 지난 10년 사이에 연구자 평균연령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현재의 원로급 연구원들은 초기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헌신과 노력을 하면서 연구원을 현재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들의 노력을 존경하면서 이제는 젊은 연구원들이 앞장서서 주역이 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발사체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생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잡음이 주요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현 원장이 누리호 개발로 축적된 기술개발 능력을 최대화하는 방안으로 발사체 조직을 개편했다는데, 기존의 일부 보직자들이 의견이 달라 보직 사임을 언론에 공표하면서 연구원 내부의 일이 갑자기 일반인들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누리호의 감동적인 발사 성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논란으로, 앞으로 세계 수준의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지장이 생길까 해서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은퇴하였지만, 한때 항공우주연구원의 원장 일을 맡으면서 우주기술 발전에 같이 고민해 왔던 저희는 항공우주연구원이 나로호, 누리호, 다누리 달탐사선 등의 성취에 빠져, 대한민국의 우주강국 진입이라는 국가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힘을 합쳐 추진해야 한다는 소명을 잊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어 저희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전 세계는 현재, 우주기술의 거대 산업화라는 도도한 물결에 서로들 앞장서려고 바삐들 뛰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SpaceX사는 모든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발사체의 재사용을 현실화하면서 파괴적 혁신을 이루어 기존 발사체 업계를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에만 스페이스X사 혼자 61회의 팰컨 로켓 발사를 통해 수 천기의 인공위성을 저렴한 비용으로 궤도에 올렸습니다. 새해 벽두인 1월 3일에도 한 번 발사로 소형, 초소형 위성 114기를 태양동기궤도에 올리면서 올해에는 100회의 로켓 발사를 이루겠다고 공언하며 우주기술의 거대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중국도 지난해 창정 로켓만 53회 발사하면서 대량의 인공위성망과 독자우주정거장을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이에 자극받은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다투어 설립한 발사체 업체들이 저마다의 우수한 발사체를 개발해 “뉴 스페이스“의 기치 아래 우주 산업화의 일원이 되려고 분투하고 있습니다. 이달에만 해도 중국의 세레스-1 고체로켓, 미국의 파이어플라이사의 알파, 버진 오빗사의 런처원 등이 발사 대기 중입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 우주 산업계는 미래의 우주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주기술 패권 시대로 변하고 있으며 SpaceX와 같은 우주기술 강자가 언제 어디에서 또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종의 전장 상황입니다. 

사실 우주기술의 거대 산업화는 발사체보다는 발사체가 싣고 올라갈 위성과 우주궤도 물체에 달려 있습니다. 이들이 매출을 만들고 수익을 늘리면서 우주시장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지구 어디서나 연결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망, 휴대폰 신호의 위성중계 구현할 저궤도 위성망, 고강도 신호로 실내 항법도 가능케 할 저궤도 인공위성망을 통한 PNT(Positioning, Naigation and Timing) 항법 체계, 지구궤도에 거대구조물 생산공장 구축, 우주 자원탐사, 우주태양광발전 등 모두들 수천억 달러에서 수조 달러의 시장을 만들어 갈 분야들입니다. 

그러나 이들 우주물체들이 지구궤도에 올려져 수익을 만들면서 지속 가능해지려면 이들 위성의 제작비 저렴화만이 아니라 발사 비용 저렴화 또한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발사체 연구개발이 이제는 저렴화와 재사용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우주물체를 올려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전 세계가 급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새로운 발사체, 달착륙선 그리고 다양한 차세대 위성개발 등을 통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4차 우주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항공우주연구원의 일부 연구자들이 조직의 개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부에는 기득권 유지하기 위해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듯하게 비춰지는, 조직 내부의 논란을 언론으로까지 끌고 와 국민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세계 발사체 개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향상된 로켓을 개발할 것인가로 열띤 내부 논의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은 1단과 2단에 장착된 10기의 엔진에 각종 센서와 함께 3대의 컴퓨터가 장착되어 로켓 본체 컴퓨터와 지속적으로 조율하며 혹시 있을 고장에 대비합니다. 이러한 최신의 IT 기술 응용이 지난 100여 회의 발사를 무사고로 이끌었고 또한 감탄스러운 1단 로켓 착륙 그리고 재사용을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 우주군은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시간내에 원하는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 몇 년 전 SDA(Space Development Agency)라는 기관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Semper Citius(라틴어로 Always Faster, 항상 빠르게)”를 기관 모토로 정하고 획득 필요성이 생기면 2년 이내의 빠른 시간 내의 군사위성 구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우주기술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로 보입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저희는 이번 기회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변화를 제안해 봅니다. 연구원 전체 연구개발조직의 여러 책임자를 젊은 연구원들을 더 많이 기용할 것을 건의합니다. 젊은 연구원들은 최신 발사체나 인공위성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IT 등 최신기술 적용에 보다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으며, 전 세계의 연구 동향에 밝아 최신 경향의 기술을 접목한 도전적인 연구 목표를 잡고 매진할 수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예전에는 젊은 조직이었습니다. 그러나 초기 20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바람에 그 이후에는 젊은 피 수혈이 정체되어 지난 10년 사이에 연구자 평균연령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현재의 원로급 연구원들은 초기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헌신/노력하면서 연구원을 현재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노력을 존경하면서, 이제는 젊은 연구원들이 앞장서서 주역이 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항공우주연구원의 많은 젊은 연구원들은 어릴 때부터 항공기, 위성, 발사체의 연구개발을 본인의 평생 꿈으로 삼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공고한 조직 속에서 시들지 않고, 활기차게 그들의 꿈 그리고 국가의 꿈이 같이 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젊은 세대로의 인적 개혁이 현재의 문제를 가라앉히면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대한민국을 우주강국으로 만들면서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항공우주연구원 은퇴 전임원장
홍재학, 장근호, 채연석, 이주진, 김승조, 임철호 일동 올림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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