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위원 19명 모두 “올해 기준금리 안 내린다”

유소연 기자 2023. 1. 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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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FOMC 회의록 공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 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강력한 긴축 의지를 재확인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다소 꺾여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로 변할지 모른다는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 연 4.5%인 미 기준금리가 올해 상반기에 5.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속히 올리면 막대한 가계 부채라는 부담을 외면할 수 없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된다. 한은이 금리 인상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외국인 자금이 높은 금리를 좇아 한국 자본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각) 연준이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 19명 전원이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의사록은 “그 누구도 2023년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전망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다소 꺾이긴 했으나,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연 2%대로 내려간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금리 인하는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올해도 ‘비둘기’는 오지 않는다

이번 FOMC 의사록엔 지난달 13~14일 회의 때 오간 내용이 담겨 있다.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던 연준이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축소하며 금리 인상 속도를 다소 늦춘 회의였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환성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의사록 내용은 시장의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금리 인상 폭이 줄었음에도 회의 참가자들의 긴축 의지엔 변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금리 인상 속도 감소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FOMC의 의지 약화를 뜻하지 않음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인플레이션 약화를 확신하려면 명확한 추가 증거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완화적으로 바뀌리라는) 오해가 일어나면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는 FOMC의 노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올해 1분기 중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하반기 중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이런 낙관론이 퍼지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연준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다짐을 확인하고 투자자들에게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경고를 내놨다”며 “당분간은 금리를 높게 유지하겠다는 자신들의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한 셈”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연준 최종 금리 5.4% 전망까지 거론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의 기타 고피나트 수석 부총재도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아직 고비를 넘지 못했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기준금리가 올해 5% 수준으로 오르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의사록 공개에 앞서 FOMC 위원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 5.4%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FOMC 위원들이 지난해 전망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연 5.25%였는데, 이보다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준 내에서도 강경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알려진 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고 확신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강경한 연준, 고민 커지는 한은

연준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면서 오는 13일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여는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이미 미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25%포인트나 높아졌는데, 이 폭이 더 벌어질 경우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은은 11월 24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올리면서 이번 금리 인상기의 최종 금리를 연 3.5% 수준으로 예고했다. 연준의 현재 전망치대로라면 한미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반면 1800조원 넘게 불어나 있는 가계 부채와 코로나 이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경기 등은 과감한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고금리는 장기간 유지될 전망”이라며 “최근 엔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안정세가 계속된다면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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