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용두사미' 비판에도 윗선 '혐의없음' 잠정 결론…어디서 막혔나

김동규 기자 2023. 1. 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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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과실치사상' 관리감독자에 묻기 어려워…설 연휴 전 수사 마무리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안전정책과에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행정안전부, 서울시청,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대해 수사관 65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이태원 참사를 수사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경찰청장을 비롯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윗선'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두 달 넘게 진행된 특수본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마지막까지 윗선 수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수본은 설 연휴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 윤희근·이상민·오세훈 '혐의없음' 종결 가능성 높아

5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자치경찰사무를 지휘할 수 없어 사실상 수사대상에 포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수본이 '혐의 없음'으로 윤 청장 관련 수사를 종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서 국가경찰사무는 경찰청장이, 수사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자치경찰사무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도록 했다. 이태원 참사 예방과 같은 생활안전이나 교통·경비는 자치경찰의 업무으로 규정돼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이나 규정이 없다는 게 특수본의 잠정 결론이다. 행안부와 서울시에 업무상과실치사상을 적용하려면 사고예견을 못했거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특수본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재 각 기관 참고인들만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이 장관과 오 시장을 소환할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와 서울시 윗선 수사 역시 '혐의 없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피의자로 입건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경우 앞서 구속 송치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보다 사고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는 점, 사고 당일 오후11시30분쯤이 돼서야 사고를 인지한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송치될 예정이다.

◇ 법조계, 윗선 '업무상과실치사상' 적용 현실적으로 힘들어

특수본이 애초 우려대로 '윗선'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못한 것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에서 법리적으로 막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업무상과실치사상은 업무 도중 과실로 인해 사람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운전기사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교통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숨지거나 다쳤다면 적용할 수 있다. 의료사고,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고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에서는 법리적으로 예견 가능성과 인과관계가 핵심인데 아무래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이 쉽지만 그 위에서 그들을 지휘·감독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차라리 여러 사람의 과실이 조금씩 모여 사고 책임을 묻는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법리를 구성해 나가면 수사는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현 법무법인 헌율 변호사도 "주의의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 개별적·구체적으로 업무지시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책임을 묻기가 힘들다"며 "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윗선으로 갈수록 총괄·관리감독을 하기에 업무상과실치사상 적용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묶으려 해도 주의의무가 직접적으로 있다는 점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이런 게 명시가 안돼 있다면 법적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기소가 됐더라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특수본의 고심을 깊게 만들고 있다.

이웅혁 교수는 "과거 세월호 사건에서도 해경 함정이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기소가 됐는데 재판에서는 상당부분 무죄로 나온 경우도 많았다"며 "이런 부분도 특수본이 들여다 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본도 정례브리핑에서 행안부와 서울시를 향한 수사가 법리적인 부분에서 걸림돌이 있다고 인정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책임을 물으려면 구체적 주의의무(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가 있어야 하는데 재난안전법상 상위기관으로 갈수록 그런 의무들의 구체성과 직접성이 조금 덜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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