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기매물만 20조 … 주인 찾기 어렵네
한온시스템·롯데카드 등
대형매물 본격 매각나서
대출금리 9%까지 치솟자
큰손 기관들 지갑 안 열어
현금 풍부한 대기업엔 기회
올 한 해 20조원이 넘는 국내 인수·합병(M&A) 매물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고금리 여파로 인수 자금 조달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매물 가치에 대한 매수·매도자 간 시각차가 여전해 거래 성사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새해 벽두부터 M&A 시장에는 사모투자펀드(PEF)들이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내놓는 매물이 쏟아질 전망이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모던하우스, 로카모빌리티, 롯데카드 등 대형 매물이 올해 본격적으로 매각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예상 몸값이 6조원대로 거론되던 한앤컴퍼니의 자동차 공조 전문 업체 한온시스템도 올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앤컴퍼니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케이카 지분 매각을 결정하고 최근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도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의 투자 회수를 위해 국내외 인수 후보를 접촉하고 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대어였던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버거킹, 케이엘앤파트너스의 맘스터치는 지난해 스테이플드파이낸싱(매도자금융)을 앞세워 매수자 찾기에 나섰지만 아직 표류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매각을 추진하다 무산된 스카이레이크의 넥스플렉스와 글랜우드에쿼티파트너스의 PI첨단소재가 매각을 재추진할지도 주목된다. 대형 PEF들이 보유하고 있는 잠재 매물의 시장 가치만 해도 15조원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KDB생명, MG손해보험, 다올인베스트먼트 등 매각을 추진 중인 금융사와 기업들이 사업 재편 등을 위해 내놓는 구조조정성 매물이 잇따를 전망이이서 모두 합치면 규모가 20조원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 등 큰손 기관투자자들이 내부 유동성 부족 등을 이유로 여전히 지갑을 닫고 있는 데다 M&A 시 필요한 대출 금리도 여전히 8~9%대에 달하는 등 좀처럼 낮아질 조짐이 없어 시장 참여자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매물 가격을 놓고 매각 측과 매수자 간 눈높이 차이도 여전해 매물이 제대로 소화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 측은 증시 하락 등에 따른 시장 가치 하락 상황을 반영해 가격을 낮출 것을 요구하지만, 매각 측은 여전히 급변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양측 간 시각차 해소를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풍부한 국내외 대형 PEF들과 현금 동원력이 풍부한 우량 대기업들에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다. 블랙스톤, KKR, 칼라일, TPG 등 글로벌 운용사들은 많게는 수백조 원에 달하는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를 비축하며 숨죽여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프레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의 드라이파우더 규모는 1조9600억달러(약 2497조원)로 전년 대비 2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PEF 운용사 관계자는 "과거 수차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투자 경험을 쌓아온 글로벌 PEF들은 지난해부터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등을 예상하며 저가 매수 기회를 노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사업 확장 등을 노리는 대기업들에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기업 사정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가운데 일부 여유 있는 대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좋은 M&A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지난해 말 진행한 '대기업 자금운용 계획 설문'에 응답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들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기회가 있다면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회만 찾아온다면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65.9%에 달했다.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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