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전대 불출마 선언···‘윤심 후보’ 단일화 시작됐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5일 “당의 화합과 단결”을 내세우며 차기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투톱으로 꼽히는 권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당권을 두고 싸우는 데 대한 당내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당심 경쟁에서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의원)에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내에서는 윤심 후보 단일화 과정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가 단일화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당의 운영 및 공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출마할 경우 ‘윤심이 작용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아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여론도 수용했다”고 했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총선 승리가 절실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선 일말의 오해도 없어야 하며 당의 화합과 단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이 전날까지 전국을 돌며 당권주자 행보를 이어갔던 터라 이날 불출마선언은 갑작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당내엔 윤심을 표방하는 당권주자가 난립하고, 특히 윤핵관 핵심으로 불린 권 의원과 장 의원이 경쟁하는 모양새가 된 데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당내 일각에서는 권 의원의 결정에 윤심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온 다수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이 당 지지층 대상 10%대 지지율로 올라선 반면 권 의원은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권 의원의 양보를 받은 셈이 된 김 의원은 권 의원의 ‘결단’을 추켜세웠다. 김 의원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희생적 결단”이라며 “당의 단합을 도모하는 커다란 촉진제가 될 것으로 아주 높게 본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사전에 따로 얘기를 들었냐는 질문에 “본인의 고독한 결단”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으로 높게 평가했다.
탄력을 받은 김 의원 측은 이날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배현진 의원 지역구(송파을) 신년인사회에 30명 가까운 의원들을 집결시키며 세를 과시했다. 현장엔 이날 강연을 한 김 의원 지지 현수막과 손팻말이 등장해 김 의원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나 부위원장과 안철수 의원 등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다른 인사들에겐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당내 시선은 이제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쏠린다. 나 부위원장 결정에 친윤석열계 대표 주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부위원장은 최근 나온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층 대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윤심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느냐도 그의 결정에 달려 있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당대표 출마에 대해 “아직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경북 구미의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영남 자민련’이 돼 낙동강 전선에서 안주하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으로 진격하는 게 박정희 정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과 함께 ‘수도권 당대표론’을 띄우고 있는 안 의원은 축전을 보내 ‘수도권 연대’ 분위기를 이어갔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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