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역 위기와 도약 기회가 동시에 오고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았다. 수출 규모 6800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의 실적을 경신했다. 수출액 순위도 세계 7위에서 6위로 올라 더 굳건한 무역강국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전 세계가 'K'에 열광했다. 대한민국 모두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이뤄낸 성과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복합 위기라는 거대한 산을 넘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그 이면을 잘 들여다보면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기회가 숨겨져 있다.
수출 경험이 적은 기업이라면 다시 해외 진출의 불씨를 일으키기에 좋은 시기다. 팬데믹 이후 각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했다. 차별화된 한국의 소비재 제품을 현지의 온라인 유통망에 입점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적지 않다.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수출을 시도하는 것이 해외 진출의 시작이다. 이런 작은 시작들이 모여 우리 수출의 큰 밑바탕이 되고, 국민경제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해외 진출에 성공한 중소·중견기업이라면 글로벌 트렌드를 읽고 시장별 기회를 포착해 수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나 통상 정책의 변화는 기업 입장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난제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된다. 아세안이 더욱 유망한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부상함에 따라 소재와 기자재 산업의 수요가 커지는 것이 그런 예다. 유럽은 ESG 관련 정책 도입에 따라 친환경·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여긴다면 기회가 보일 것이다.
기회를 잡으려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산업·통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보가 생명인 시대다. 오늘의 세계를 읽어내지 못하면 십중팔구 도태되기 마련이다. 여러 수출 지원 기관에서는 해외 시장 트렌드와 공급망 이슈, 무역 관련 빅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우리 기업의 수출에 마중물이 돼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기회가 포진해 있다. 경제외교나 정상회담 일정과 연계한 국가 마케팅 사업이 이어질 예정이니 눈여겨보자. 올해는 APEC, G20 정상회의 등 다자간 정상회담, 인도·인도네시아와의 수교 50주년 기념행사를 비롯해 '2030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 활동 등 다양한 경제협력의 기회가 있다. 이와 연계해 우리 기업들이 해당 국가와의 경제협력 사업을 활용한다면 비즈니스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클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수출 먹거리를 키워내는 일이다. 바이오, 2차전지, ICT 융·복합 같은 혁신 산업과 함께 원전과 방산 등 유망 분야의 수출은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 부처와 기관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수요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해당 산업의 전문 유관기관이 이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기업과 연결해주는 방식이 유용하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유관기관·기업이 '원 팀 코리아'로 한 몸처럼 뛴다면 성과 창출이 더욱 빠를 것이다.
올해는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지혜로운 토끼는 위기에 앞서 미리 세 개의 굴을 파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좋겠다. 선제적 준비와 민첩한 대응력으로 대한민국이 더 굳건한 무역강국으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KOTRA가 우리 수출기업의 동반자로서 함께 발로 뛸 것이다. 새해의 대한민국 경제가 더 높이 도약할 수 있길 희망한다.
[유정열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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