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출산 '부모급여'
예전에는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집 대문의 양쪽 기둥 사이에 '금줄'을 쳐 아이 탄생을 알렸다. 금줄은 깨끗한 짚으로 엮은 '왼 새끼줄'을 사용했는데 성별에 따라 남자아이는 빨간 고추, 여자아이는 솔가지를 숯, 종이와 함께 걸었다. 새 생명에게 자칫 해가 될 수 있는 사람들 출입을 금해 아이를 보호하려는 조치였다.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도 금줄을 보고 아이의 건강과 축복을 빌었다. 금줄을 삼칠일(21일)간 걸어둔 것은 숫자 3과 7에 좋은 기운이 들어 있고, 산모도 이 기간 아이와 교감하며 편하게 산후조리를 하라는 뜻이었다. 그만큼 아이와 산모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담긴 풍습이었던 셈이다.
정부가 새해부터 만 0세 아동은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은 35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한다고 한다. 내년에는 월 100만원, 월 50만원으로 오른다. 하지만 신생아 한 명에게 연간 최대 1200만원을 준다고 해서 세계 꼴찌인 우리나라 출산율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허리가 휘는 양육비·교육비 부담과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등이 해결되지 않고선 출산율 제고는 요원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이민과 외국인 고용을 늘리겠다지만 이 또한 근본 대책이 될 순 없다.
지금 시급한 것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일인지 우리 모두 공감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다. 육아휴직과 경력 단절을 걱정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과 양육 환경이 조성돼야 저출산 늪에서 헤어날 수 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긴 나라에 활력과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이제라도 효과 없는 소액 지원 대신 청년들이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과감하고 파격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언급한, 자녀 출산 시 대출이자와 원금을 탕감해주는 헝가리 출산 정책은 적극 검토할 만하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고 했다. 망국병인 '저출산'도 정부의 노력과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맞물릴 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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