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한복판 용산 안 뚫렸다더니 말바꾼 軍의 무능과 무책임
군이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중 1대가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까지 침투한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까지 들어왔다는 건, 적에게 대통령실이 뚫린 것이나 매한가지다. 이를 격추시키지 못한 군의 무능도 한심하지만 그동안 이 같은 사실을 극구 부인해온 군 수뇌부가 열흘이 지나서야 말을 바꾼 건 충격 그 자체다. 군의 정보 판단력과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된다면 곤란하다. 무인기에 화학무기나 고성능 폭탄이 실려 있었다면 어쩔 뻔했나.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처럼 실력도 없고, 식언을 일삼는 무책임한 군 수뇌부를 어떻게 믿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있겠나.
5일 합동참모본부는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미 열흘 전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장했던 내용이다. 당시 그는 "합참에서 제출받은 항적을 구글어스의 인공위성 사진과 대조해본 결과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북쪽 상공을 지난 뒤 돌아갔다"고 했다. 하지만 군당국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며 김 의원을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그런데 초 단위 정밀재분석으로 초기에 탐지하지 못했던 북한 무인기 항적이 확인됐으니 군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이 정도면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군 수뇌부가 무작정 야당 의원에게 면박을 준 건데 상식적이지 않다. 작전·경계 실패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까지 "북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군이 "스치듯 지나간 수준이고, 대통령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해명으로 책임 축소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괘씸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에게도 군이 사건 초기에 이처럼 허위에 가까운 부정확한 보고를 올렸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이 얼빠진 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을 단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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