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규제지역 해제 첫 날…"매수문의 늘었지만 거래는 안돼"
일반 아파트 시장은 급매 출현 멈췄지만 매수자도 관망…금리 높고 DSR 규제도 여전
목동·성수는 "규제 풀려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발목"…안전진단 신청은 늘듯
5일 0시를 기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체와 성남 분당·수정구, 과천·광명·하남시의 부동산 규제가 일제히 풀린 가운데 얼어붙은 아파트 매매시장에 훈풍이 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규제 해제 첫 날인 이날 규제 해제지역 현지 중개업소 등에는 집주인들의 시장 전망을 묻는 문의가 이어졌고, 일부 수요자들의 매수문의도 늘면서 종전보다는 다소 '온기'가 도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의 전화에 그칠 뿐 당장 매물을 회수하거나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규제완화의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는 계약을 앞둔 아파트 당첨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중도금 등 대출 규제가 대거 풀리고, 실거주 요건이 사라지면서 계약을 망설이던 사람들이 반색하는 것이다. 둔춘 주공은 이달 17일까지 당첨자 계약이 진행된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 규제완화 발표 이후 분양권을 진짜 1년 뒤에 매도할 수 있느냐, 12억원 초과도 대출이 가능하냐, 조합원 분양가는 얼마냐 등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특히 12억원 초과도 중도금 대출이 허용되면서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던 아파트 당첨자들의 고민이 해결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는 "그동안 계약을 해야 할지 망설이던 당첨자들이 규제가 풀린 뒤로는 100% 계약은 하되 준공후 전세를 놓을 것인지, 시세 얼마에 팔 수 있을지 물어본다"며 "조합원 물량도 매수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둔촌 주공이 청약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계약률 전망도 어두웠으나 이번 규제 완화로 계약에서 기대 이상 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둔촌 주공을 비롯해 강동구를 이번 규제 완화의 수혜지역으로 꼽는다.
강남 3구가 여전히 규제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인근 강동지역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둔촌 주공을 제외한 강동구의 일반 매매 시장은 아직 조용한 분위기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를 찾아 돌아다니는 매수자들이 최근 증가하고 문의전화도 오지만 거래는 안된다"며 "금리가 연 5∼7%에 달하는데 규제가 풀려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덕동의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한국은행이 상반기에도 한두차례 금리를 인상한다고 하는데 매수 문의는 오지만 사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다"며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신호가 나와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대체로 매수문의는 있지만 아직은 관망세가 뚜렷하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70%까지 높아졌지만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가 풀렸는데도 아직 매수문의도 없고 조용하다"며 "그전에도 급급매를 찾는 매수자들은 있었지만 고금리에다 자신이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거래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역전세난이 심한 상황이라 규제가 풀렸다고 쉽게 매수에 나설지는 모르겠다"며 "설 이후 움직임을 봐야겠지만 최소 상반기까지는 거래 부진이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비사업 호재가 많은 성동구 성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매도자들도 급매를 내놓지 않지만 매수자들도 움직임이 없다"며 "이곳은 규제지역 해제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매수도 쉽지 않다보니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 광명 등 수도권 규제 해제지역도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다.
광명시 철산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완화 발표후 매수문의는 가끔 오는데 모두 급급매물만 찾거나 집값이 더 떨어질지 여부를 묻고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LTV가 70%까지 늘면서 도움이 되겠지만 DSR 규제가 강력해서 거래가 얼마나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당 서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 해제 이후 동향 파악을 하려는 집주인들의 문의만 있었고 아직 매수자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며 "신도시 재정비 호재가 있다지만 먼 얘기고 고점대비 2억원 이상 떨어진 급매물도 소화가 안되고 있어서 당장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이 회수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규제지역 해제와 함께 안전진단 규제도 함께 풀리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지는 겹호재를 맞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안전진단 기준 완화로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이 커지는 등 수혜 대상 아파트는 서울에서만 총 389개 단지 약 30만가구에 달한다.
목동신시가지 1∼14단지 가운데 안전진단을 통과한 6단지 외에 9단지와 11단지는 앞서 2차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상태여서 이번에 안전진단 재추진을 준비중이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 아파트와 보람 아파트 등도 조만간 2차 안전진단 신청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상계 주공3단지는 1차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하고 노원구에서 적합성 진단을 진행중이다.
재건축 조합들은 "이번 규제완화로 이제 2차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이 묶여 이도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출 규제가 풀린다고 하니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라며 "규제지역 해제 소식이 전해진 뒤 추가로 급매가 나오진 않고 있고 매수문의도 다소 늘었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다만 LTV가 70%까지 높아져도 금리가 높아 과거처럼 집값의 50∼70%씩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장 계약이 늘긴 어렵고 실수요 위주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천구 목동은 이날 규제지역 해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규제지역에서 풀렸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거래가 힘들다는 것이다.
목동 신시가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지역 해제후 시장 반응을 보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대부분이고 매수자들도 급매물이 더 나온 게 있느냐는 문의만 한다"며 "목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목동의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대출 규제가 풀려도 금리가 높아 대출을 받을 수가 없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전세를 끼고 매수할 수도 없다"며 "안전진단 통과는 이제 당연한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금리가 떨어지고 토허제를 풀어줘야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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