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좀 하는 AI, 근데 저작권은 누가 갖지?
AI 작곡 음악에 저작권 인정 안돼 분쟁 소지 커
프랑스에선 작곡 AI '에이바' 저작권 인정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문제도 존재
"창작 영역서 AI 확산 못 막아...법제도 마련 서둘러야"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해 7월 가수 홍진영의 ‘사랑은 24시’를 작곡한 ‘이봄(EVOM)’에 대해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했다. 이봄이 인공지능(AI)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내린 조치다. 현행 저작권법은 AI를 저작자로 인정하지 않아서다. 이 노래가 히트 쳤다면 꽤 시끄러운 저작권 분쟁이 벌어졌을 것이다. 작곡 AI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작곡 AI 진화 빠른데…저작권 제도 정비는 미비
AI가 작곡한 음악은 게임, 영화, 광고,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배경음악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배경음악 제작능력은 AI가 만든 것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올해 7월 방영한 MBC 드라마 ‘닥터로이어’ 최종화에 삽입돼 긴장감과 웅장한 느낌을 더해준 OST ‘In Crisis’는 AI 음원 창작기업 포자랩스의 기술로 만든 것이다. 작곡 AI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스타트업은 크리에이티브마인드(이봄 개발사), 포자랩스 외에도 주스, 업보트엔터테인먼트, 칠로엔, 뉴툰 등 여럿이다.
문제는 AI가 작곡한 곡이 대중화될수록 저작권 분쟁 소지는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AI가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곡은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악용한 다양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봄은 AI 음악의 저작권 분쟁 가능성을 보여준 일례다. 크리에이티브마인드 안창욱 대표(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 교수)는 “AI가 만든 곡을 인간 작곡가들이 조금만 변형해 각자가 자신의 것이라 주장할 수 있고, 그 곡이 히트하게 되면 인간 간 표절 시비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대로 원작자로 AI가 인정받게 되면, 인간 작곡가의 변형 작품은 2차 저작물이 되기 때문에 인간과 인간 사이엔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작곡 AI 에이바, 프랑스서 저작권 인정…일본·EU, AI 학습데이터에 규제 없애
이런 이유로 AI의 창작물에도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호 기간을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수준(제작 완료 후 5년간)으로 크게 단축하거나,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될 때만 침해가 성립되는 ‘약한 저작권’을 적용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AI와 인간이 한 곡을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AI가 인간과 동일한 저작권을 인정받기는 어렵겠지만, 약한 저작권이라도 인정된다면 작곡 AI 스타트업이 사업적 기회를 창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국에서도 AI 창작물에 저작권을 인정한 사례는 많지 않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조금씩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SACEM)는 룩셈부르크 스타트업 ‘에이바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작곡 AI ‘에이바(AIVA)’를 저작권자로 인정했고, 미국 저작권청은 지난해 9월 AI 그림 창작사이트 미드저니를 이용해 그린 만화의 저작권을 승인했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여부가 불명확한 것도 문제다. 많은 작곡 AI 업체들이 저작권 침해와 표절 시비를 우려해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클래식이나 내부 작곡가가 직접 만든 음악을 AI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학습용 데이터가 제한적이니 AI 성능 개선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미 유럽연합(EU), 일본은 AI 학습에 쓰이는 데이터를 규제 없이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한발 늦었지만, 우리 정부도 지난해 9월 발족한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를 통해 ‘AI 학습 등 빅데이터 분석 시 개별 저작물을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창작이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법과 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이에 창작 영역에서 AI의 영향력 확대는 예견된 미래인 만큼, 차라리 법·제도를 빠르게 마련하고 관련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이소영 음악평론가는 “AI 창작은 글로벌 한 변화이기 때문에 우리가 안 한다고 멈춰 있지 않을 것”이라며 “AI 창작물의 질적인 발전에 필요한 법·제도를 보완해,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발전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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