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이 돈 뺏고 김밥 셔틀…은행원 남편 좀 살려주세요"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은행원 남편이 부장으로부터 현금 갈취, 폭행, 사적 지시 등의 부당 행위를 받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와 해당 은행 측이 감찰에 나섰다. 은행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부장에게 일부 문제점을 발견해 대기 발령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보배드림에 '저희 남편 좀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남편이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한 A씨는 "남편이 오늘 술에 완전히 취해서 들어왔다"며 "갑질을 일삼는 부장의 인사발령을 기대했지만, 결국 발령이 안 났다"고 운을 뗐다.

이어 A씨는 남편이 부장에게 당한 부당 행위를 일일이 폭로했다.

A씨는 "(남편이) 부장과의 스크린골프 내기로 (돈을) 잃고 '100만원을 달라'고 했다"며 "부서 직원과 내기해 (부장이) 100만원을 가져가는 게 말이 안 돼 믿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너무 무기력하게 달라고 하길래 사고라도 쳤나 해서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술 먹고 늦는 날이 많아 물어보니 부장 때문에 힘들었다는 게 이유였다"며 "어떤 날은 뺨을 맞았고 다른 날에는 입에 담지도 못 할 말을 들었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A씨는 부장이 '김밥 셔틀'까지 시켰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 '정말 미안한데 김밥을 좀 싸달라'고 했다"며 "이유를 물어보니 눈물이 맺힌 채로 부장이 김밥을 좋아하는데 직원에게 돌아가면서 김밥을 싸 오라고 했다. 남편이 너무 미안해했고 수치스러워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부장의 갑질은 남편이 퇴근하고 난 후에도 이어졌다. A씨는 부장이 남편에게 업무 시간 외에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특정 글을 신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느 회사에도 어느 조직에도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며 "남편의 부서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집에 와서 배우자에게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해당 은행은 최근 감찰팀을 통해 내부 감찰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가해자로 지목된 분은 일단 대기 발령됐다. 보직에서 빠진 상태"라며 "조사해서 잘못이 있고, 문제가 있었다면 징계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부분에서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보니까 일단 보직을 뺀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것은 조사 중인 상황이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사 기간이 얼마나 걸리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사건이 공론화됐고, 피해자 보호 때문에라도 빨리 조사를 해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블라인드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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