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디지털 전환·수월성 교육···윤석열 정부 ‘교육개혁’ 밑그림 나왔다

남지원 기자 2023. 1. 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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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이 학교 현장의 디지털 전환과 우수고교 육성 등 수월성 교육, 대학 규제완화 등으로 구체화했다. 교대·사범대의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전환, 지방 우수고교 육성과 교육자유특구 지정 등 초중고 일선 현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들의 윤곽도 나왔다. 고교서열화에 따른 입시 과열과 일반고 황폐화, 규제완화로 인한 기초학문 고사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교육부는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번 개혁안은 윤석열 정부 들어 사실상 처음 나온 교육개혁 밑그림이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노동·연금을 3대 개혁과제로 내세웠는데 교육은 장관의 장기간 공석,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시작된 ‘만 5세 입학’ 파동 등으로 개혁 내용이 그동안 구체화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교육을) 국가가 관장한다고 해서 국가의 독점사업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며 “교육을 하나의 서비스로 보고 수요자와 공급자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다양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이번 업무보고에 담긴 교육개혁의 방향은 초중고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대학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선 학교의 디지털 전환은 향후 2~3년 안에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2025년까지 AI 기반의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이 도입된다. 단순히 교과서를 전자책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별 역량과 지식수준 등을 AI가 파악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교과서를 개발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이 부총리는 지난 4일 열린 출입기자단 대상 사전브리핑에서 “수학과 언어 등 기술에 빨리 영향을 받는 교과부터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에듀테크 진흥방안도 수립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민간 사교육기업들이 공교육 ‘시장’에 대거 진출하고 공교육에 대한 영향력을 과도하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에듀테크 업체의 사교육 프로그램을 교실에 들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형태로 이해된다”며 “참고서와 문제집이 부교재라는 이름으로 교실에 통용돼 문제를 일으켰던 전례를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전 에듀테크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점 때문에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해충돌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다.

‘명문학교’ 육성이라는 이번 정부의 고교 정책 방향도 업무보고를 통해 뚜렷해졌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 존치, 지방 우수학교 육성 등을 골자로 하는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을 올해 상반기 중 내놓을 계획이다. 절대평가를 전제로 하는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자사고·외고, 지방 우수학교 등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쏠리는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 문제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사실상 무한경쟁 교육의 빗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입장을 표한다”고 말했다.

공교육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교육자유특구’를 2024년부터 시범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자유특구는 학교 설립부터 운영까지 각종 규제에 특례를 주는 지역을 선정해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인수위 시절 발표된 안에 따르면 학부모와 기업, 연구소 등이 자유롭게 특구 내에 대안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특권계층을 위한 ‘귀족학교’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논평에서 “학교 설립·운영 규제완화, 고교다양화 등 앞서 실패했던 정책들이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현행 교·사대 체제를 교육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선 올해 상반기 중 시범운영할 수 있는 교전원 2개 정도를 선정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교전원 전환을 추진하면서 교전원으로 전환되지 않는 기존 교대·사대는 재직 교사들의 재교육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2025년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교육청이 통합 관리하도록 하는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 초등 돌봄교실을 저녁 8시까지 운영하는 늘봄학교 운영계획 등도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대학은 올해 안에 시행령 개정 등으로 풀 수 있는 규제를 우선 풀고, 2026년까지 ‘중앙정부의 대학규제 제로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학이 캠퍼스 내 설치할 수 있는 편익시설을 확대하는 등 등록금 외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올 하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지자체 주도로 대학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올해 시범 추진하고 2025년부터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 일각에서는 대학 규제완화가 현실화할 경우 부실대학이 급증할 수 있고, 대학의 영리화와 기초학문 고사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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