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명 폭사는 휴대전화 사용 탓?···‘네 탓 공방’ 빠진 러시아
일각 책임회피 비판 “노골적 시도”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러시아군 89명 이상이 사망한 데 대해 러시아 국방부가 군인들의 휴대전화 사용 때문이라며 발표한 이후 러시아 내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CNN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3일 세르게이 세브류코프 중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새해 전날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에서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자국군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이유는 군인들이 광범위하게 휴대전화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병사들이 개인 휴대전화를 멋대로 사용하면서 휴대전화 데이터가 노출됐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보고 로켓 공격을 가할 군인의 위치 좌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군인들의 무절제한 휴대전화 사용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도 문제가 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 책임자는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휴대전화 신호를 사용하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 금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전쟁이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러시아 군인들은 여전히 휴대전화를 사용해 가족과 연인,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군의 위치를 노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장병들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탓을 돌리며 지도부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 지휘부가 많은 병력을 분산하지 않고 함께 주둔시켰고, 공격으로 폭발한 탄약 근처에 배치했으며, 부대의 움직임을 충분히 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용기 훈장’을 받은 러시아 군사 블로거 세묜 페고프는 국방부 성명을 두고 “설득력이 없다” “비난을 퍼뜨리려는 노골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교 건물에 거주하는 군인들의 위치가 드론 감시나 현지 정보원을 통해 드러날 수 없다고 확신할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전직 관리인 다니엘 베조노프는 텔레그램에서 “최고 사령부는 (미국에서 만든)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의 능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시 임시 막사로 사용하던 건물이 탄약고 폭발로 완전히 파괴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편집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마키이우카 공습을 둘러싼 국방부의 조사를 환영하며 “책임있는 관리들이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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