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따라 색 바뀌는 BMW…구름관중 환호성 불렀다[CES+]

라스베이거스(미국)=이강준 기자 2023. 1. 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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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3
4일(현지시간) 오후 8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진행된 BMW 기조연설에서 전기 콘셉트카 BMW i 비전 디(DEE)가 실시간으로 색상이 바뀌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컬러는 감정입니다. 당연히 운전자의 동반자인 자동차도 기분따라 외장 색을 바꿀 수 있어야죠"

4일(현지시간) 오후 8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3에서 진행된 BMW 기조연설에서 실시간으로 차량 색상이 바뀌는 자사 전기 콘셉트카 i 비전 디(DEE)가 이같이 소개되자 장내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기조연설은 한 호텔의 극장에서 진행됐는데, 자리를 가득 메운 2500여명의 관람객이 동시에 소리를 지르자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BMW그룹은 이 행사에서 콘셉트카를 통해 앞 유리창에 광범위한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띄우고, 전면부의 아이콘을 통해 차량이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콘셉트카의 모델명 디는 디지털(Digital), 감정(Emotional), 경험(Experienc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백미는 32가지 색상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BMW만의 이-잉크(E-ink) 기술이었다. 단순히 한 색깔만 나타난게 아니라 주변 상황에 맞게 줄무늬, 격자무늬도 표현해 많은 관람객이 박수를 치며 놀라워했다.
4일(현지시간) 오후 8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진행된 BMW 기조연설에서 전기 콘셉트카 BMW i 비전 디(DEE)가 실시간으로 색상이 바뀌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인간-기계 교감'을 강조한 BMW…집세 회장 "모빌리티가 사람 닮아…충직한 동반자돼야"
BMW i 비전 디의 전면부 유리/사진제공=BMW
전면부 유리창을 전부 사용하는 어드밴스드 HUD 기술은 2025년 BMW가 양산할 전략 전기차 '뉴클래스(Neue Klasse)' 모델에 탑재된다. 연사로 나선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은 "현실성 없는 콘셉트카가 아니다"며 "양산을 고려한 디자인을 골랐다.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BMW는 디지털에 감정을 입혀 차를 개발해 나가겠다고 했다. 미래 모빌리티는 단순히 큰 디스플레이 화면을 넣거나, 더 잘 달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교류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집세 회장은 "모빌리티가 점점 사람을 닮아간다"며 "이제 차는 움직이는데 용이한 도구가 아니라 충직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BMW는 기조연설의 테마도 인간과 기계의 교감으로 잡았다. 기조연설 장소부터 실제 극장으로 섭외했고 단순히 CEO(최고경영자)가 나와서 신기술을 늘어놓기보다 스토리를 담아내려고 했다.
4일(현지시간) 오후 8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진행된 BMW 기조연설에서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이전기 콘셉트카 BMW i 비전 디(DEE)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인산인해 이룬 BMW 기조연설…아놀드 슈워제네거도 등장했지만 BMW 비전은 다소 묻혀
4일(현지시간) 오후 8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진행된 BMW 기조연설에 많은 인파가 모였다/사진=이강준 기자
이날 행사장엔 시작하기 90분 전부터 더 좋은 좌석에 앉기 위한 인파가 몰려 긴 줄이 만들어졌다. 줄이 너무 길어 극장 옆에 위치한 카지노의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였다. 극장에선 무료 팝콘과 맥주 등 주류를 제공했다. 들어오지 못한 관람객이 많아 기조연설은 계획된 시간보다 약 15분 뒤에 시작됐다.

기조연설은 집세 회장의 프레젠테이션이라기보다 한 편의 연극 같았다. i 비전 디를 소개하는 광고 속 배우가 무대에 갑자기 등장하는가 하면, 영상 속 콘셉트카의 인공지능과 말다툼을 하던 미국 유명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그의 대표작 '터미네이터'의 OST에 맞춰 무대에 올라서기도 했다.

4일(현지시간) 오후 8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진행된 BMW 기조연설에서 미국 영화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콘셉트카 BMW i 비전 디(DEE)를 소개했다/사진=이강준 기자

미국의 슈퍼스타가 등장하자 객석에 앉아있던 관람객 대부분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며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한 외신 기자는 그의 노트북을 덮고 기조연설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스토리텔링에 너무 힘을 준 탓인지 BMW의 전동화·탄소중립 비전이 다소 묻히는 인상도 받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BMW의 콘셉트카를 홍보하기 위해 나왔지만, BMW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보다 유명 배우가 무대에 올라서는 모습이 더 강렬했다.

집세 회장은 기조연설 초반부에 "차량 생산에 들어가는 모든 원료 100%를 재활용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이후엔 탄소중립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없었다. 핵심 전기차 모델 라인업이라고 했던 뉴클래스도 양산 시점을 제외하고선 별다른 상세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집세 회장은 "BMW는 i 비전 디를 통해 미래에 한 발짝 더 다가갈 뿐만 아니라 향후 출시될 차세대 모델 관련 디지털화 기술이 지닌 지대한 중요성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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