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최후의 승선자는 이의리 “올림픽 때보다 더 잘 던질게요”[스경x인터뷰]
이의리(21·KIA)는 지난 4일 오후 운동을 마치고 귀가해 잠시 잠이 들었다. 그 시각 KBO 기술위원회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최종엔트리 30명을 발표하고 있었다. 이의리의 이름이 포함됐다. KIA 팀 선배들을 시작으로 연락이 왔다. 자다 깬 이의리는 이게 무슨 일인지, 잠시 넋을 놓았다. ‘내 이름이 왜 있지?’ 생각했다.
모든 선수들이 나가고 싶어하는 WBC인데 엔트리 발표한다는데 잠이 들고, 선발됐다는데 ‘왜지?’ 하며 믿지 못한 이유는 KBO가 이미 개별통보 했던 ‘예비’ 35명 명단에는 이의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뽑힌 선수들에게 연락이 갔다는데 자신에게는 오지 않았으니 WBC와는 이미 상관 없다 생각하고 있던 이의리는 이날 엔트리 발표 직전 열린 기술위원회 최종 회의에서 이강철호에 마지막으로 승선했다.
이의리는 이미 지난 시즌 중 많은 선수들이 MLB 월드투어와 WBC 출전 소망을 드러내고 있던 때에도 “나는 뽑히지 않을 것 같다”고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 도쿄올림픽이 열린 2021년과는 리그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급 에이스인 김광현, 양현종이 리그에 복귀해 있는 데다 잘 던지는 선발 투수들이 너무 많다며 태극마크에 대한 희망을 감히 품지 못했다. 경기 자체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MLB 월드투어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으면서 WBC 출전 가능성은 내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선발됐다. 이의리 선발은 그 누구보다 이의리 자신에게 ‘깜짝’ 소식이었다.
이번 대표팀은 변화구를 구사하는 제구형 투수들을 전략적으로 많이 선발했다. 투구 수 제한이 있는 대회 특성을 고려해 선발과 불펜의 보직 경계 없이 투수 특징과 상대에 따라 맞춤형 등판으로 대회를 치를 계획이다. 그러나 구위형 투수도 당연히 필요하다. 현재 리그 신예 중에서는 손꼽히는 구위형 투수 이의리가 막판에 명단을 최종 조율하는 과정에서 추가됐다.
이의리는 지난해 성적도 10승(10패) 3.86으로 준수하다. 무엇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보여준 모습이 주효했다. 이의리는 신인이었던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국가대표에 데뷔했다. 2차례 선발 등판해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을 압도적인 구위로 눌러 삼진 행진으로 돌려세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대표팀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이의리의 패기 넘치는 투구는 가장 큰 수확으로 꼽혔다.
선발 소식을 들은 이의리는 “30명에 내가 들어갔다고 해서 그럼 최종은 28명인가보다 했다. 30명 중 탈락하는 2명에 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는데 이게 최종이라고 하더라”며 “나한테는 연락도 안 왔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했다”고 말했다.
이의리는 지난 시즌 처음으로 150이닝 이상을 던지고 10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3년차 시즌을 더 튼튼하게 던지기 위해 9일 미국으로 출국해 일찍 개인 캠프를 시작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태극마크를 달게 돼 1월을 더 뜨겁게 시작해야 할 큰 이유가 추가됐다.
이의리는 “처음엔 참 좋았는데 지금은 가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대표팀의 무게감을 많이 느껴야 할 것 같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잘 던지도록 하겠다”며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WBC는 더그아웃에 대표팀 일원으로 같이 앉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열심히보다는 잘 하도록 하겠다. 도쿄올림픽에서보다 더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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