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대로 하락한 LG엔솔… 3조원대 매물 쏟아질까
1인당 2억 넘게 배정받은 직원들 ‘고민’
”70%는 매물로 나올 것”
“작년 11월에는 평가익이 2억 넘게 찍혔는데, 지금은 1억 남짓으로 확 줄었어요. 설마 계속 급락해서 보호예수 풀리는 날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건 아니겠죠?”
지난해 청약 증거금 114조원을 모으며 단군 이래 최대 기업공개(IPO) 기록을 세웠던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이달 27일이면 상장 1년을 맞는다. 작년 상장 때 2조4000억원이 넘는 우리사주를 배정받았던 LG엔솔 직원들은 지금 속 타는 심정이다. 상장 1년이 지난날부터 보호예수가 풀려 팔 수 있는데, 공모가(30만원)의 2배인 60만원을 돌파했던 주가가 최근 급락세를 타며 40만원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엔솔 주가는 전날보다 2.14% 내린 43만3500원에 마감했다.
◇어두운 전망에 우리사주 공포까지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주식은 약 792만5000주. 전체 발행 주식 수의 3.39% 수준이지만, 대주주인 LG화학(지분율 81.84%)이나 국민연금(지분율 5.01%) 보유 주식을 제외한 실질적인 유통 주식 수 대비로는 20%에 육박하는 큰 물량이다. 급한 돈이 필요하지 않은 직원들은 주가 재상승을 기다리겠지만, 최근 금리 급등으로 각종 대출금 상환이 급한 직원들은 눈물을 머금고 매도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대량 매도 물량이 나오면 주가 내림세가 가팔라질 수 있는 만큼, 일반 주주들은 더욱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다가오는 상장 1주년을 맞고 있다.
상장 직전 직원 수와 총 배정액 등을 감안할 때 직원 1인당 평균 2억5600여 만원씩 우리사주를 청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가 60만원을 돌파했던 지난해 11월에는 1인당 평균 평가익이 2억7000만원을 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상장했던 주요 기업들에선 보호예수 해제 후 어느 정도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을까. 유안타증권이 2020~2021년 상장한 SK바이오팜, 하이브, SK바이오사이언스, 현대중공업 4곳을 분석한 결과, 보호예수 해제 후 평균적으로 우리사주 물량의 74.1%가 매물로 나왔다.
특히 실질적 주식 유통 물량이 적다는 점에서 LG엔솔과 닮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우리사주 물량의 77%가 매물로 나와 주가에 부담을 줬다. LG엔솔에서도 이 4개 기업 평균치만큼 매물이 나온다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 약 2조5600억원대 매도 물량이 쏟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극단적으로 우리사주 전량을 팔면 매도 물량이 3조4500억원대로 급증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우리사주 보호예수 해제 전부터 기관과 외국인 등이 사전에 주식 비율을 줄이는 모습도 관찰됐다”며 “LG엔솔은 (현재 주가 흐름을 볼 때) 현대중공업보다 수급 충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에 웃었다가 테슬라에 울고
5일 증시에서는 시가총액 1·3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외국인 매수세 속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LG엔솔이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경기 침체 공포 속에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가 겹치면서 사려는 투자자보다 팔려는 이가 훨씬 많은 것이다.
이 회사는 작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0% 늘어난 7조6482억원 매출 기록을 세웠고, 52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이때를 정점으로 4분기에는 3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줄어든 3000억원대 중후반에 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낮아진 원·달러 환율과 임직원 인센티브 지급, 고가 원료 투입 등이 전 분기 대비 이익이 감소한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장 분위기를 이끄는 테슬라 주가 폭락도 LG엔솔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매출처 중 하나인 테슬라 주가가 각종 리스크 속에 최근 한 달 새 40% 가까이 급락하면서, 전기차와 2차전지 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한 것이다. 중국 내 테슬라 수요 둔화 소식이 특히 큰 악재였다. 다만 박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 차량의 중국 내수 판매 비율은 30% 수준”이라며 “중국 판매량이 위축돼도 배터리 출하량에 주는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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