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종료로 직장 잃은 中방역 종사자들…PCR 검사 도구는 땡처리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난달 막을 내리면서 수백만 명의 방역요원들이 실직자가 되고, PCR(유전자증폭) 검사 도구는 헐값에 팔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중국에선 PCR 검사와 건물 봉쇄 관리를 책임지던 방역요원을 ‘다바이’(大白)라고 부른다. 상하의 일체형의 백(白)색 방호복을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 당시 중국 방역 당국은 인구 600~800명당 한 곳의 PCR 검사소를 마련하고, 검사소마다 10여명의 의료 종사자와 보조 인력을 배치하도록 지침을 내려 어디서나 다바이를 볼 수 있었다. 중국에서 시행한 PCR 검사 횟수는 115억회(지난해 3월 기준)가 넘는다.
방역요원들은 지난달 7일 제로 코로나 폐지 이후 실직 위기를 맞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산시성 시안 출신 약사 자오융강은 지난해 5월부터 베이징의 PCR 검사소에서 일했지만, 지난달부터 급여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는 “하루에 겨우 200위안(약 3만8000원)을 벌고 있고,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중국 광저우에서는 PCR 검사소의 보조 인력이나 경비원 등이 식당, 호텔, 의류 공장에서 직장을 구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PCR 검사를 받는 사람은 출국 예정자나 택시 기사 등 일부 직군 종사자 뿐이다.
방역 관련 회사들은 의료 산업에 대한 경험을 살려 의료용품 판매업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에서 제로코로나 폐지 이후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약품 부족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때 PCR 검사소를 운영했던 한 업체는 해열제와 기침약, 코로나 치료제 등을 판매하는 위챗 계정을 운영하고 있고, 기업 대상 PCR 검사 서비스를 제공했던 한 회사는 코로나 검사 키트 공급상으로 변신했다.
PCR 검사에 사용됐던 약품이나 도구는 소셜미디어와 중고 전자 상거래 사이트에서 헐값에 판매되고 있다. 튜브, 면봉, 소독제, 개인 보호 장구, 키오스크 등이 주로 팔리는 품목이다. 선전, 상하이, 항저우 등 대도시에서는 PCR 검사소가 발열 환자 전용 진료소로 전환됐다.
중국 방역요원과 PCR 검사소들이 줄어들면서 중국의 ‘코로나 치안’ 체계도 사라지게 됐다. 중국의 방역요원들은 비록 경찰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시설 출입 등을 통제하고, 건물 봉쇄 등을 관리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한때 이들이 형성한 인력망이 중국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올해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면서 방역요원들의 취업난이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작년에 상하이 봉쇄 이후 1분기 4.8%였던 경제 성장률은 2분기 0.4%로 떨어졌다. 아이미디어리서치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서 기업들이 늘어나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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