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장윤정 부장, “메타버스와 의료의 연결, 닥터메타를 개발한 이유”
[IT동아 권명관 기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의 일상화는 기술의 성숙화, 디지털 세대의 주류화 등과 맞물리며 메타버스 기술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계기로 작용했다. 현실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확장현실 등으로 이어지는 기술의 발전은 유형 간 경계를 지우며 자연스러운 융합을 추구한다. 현실 속 ‘나와 가상 속 ‘아바타’가 하나로 연결되는, 이른바 메타버스의 시대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아바타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여러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몰입형 인터페이스 적용한 메타버스 내에서의 몰입 경험 강화,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상호 소통 및 협업 도구, 디지털 트윈과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 제공, NFT와 결합한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 증명 등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와 체험이 가능해지고 있다.
기술의 성숙화, 비대면의 일상화, 디지털 세대(MZ 세대)의 주류화 등 시대적 요소의 결합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메가트렌드로 부상하는 중이다. 아직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치중되어 있지만, 메타버스 응용 분야는 의료, 제조, 교육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한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이에 IT동아는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와 함께 ‘환자 및 의료진을 위한 가상 융합 기술(XR) 기반 비대면·비접촉 디지털 서비스 발굴 및 지역 서비스 인프라 구축’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국립암센터를 찾아 국가암관리사업본부의 장윤정 암관리정책부장을 만났다. 국립암센터는 해당 과제에 참여하며, 의료분야 메타버스 플랫폼 ‘닥터메타(Dr.Meta)’의 기획과 실증을 주도했다.
코로나19로 찾아온 비대면 시대, 메타버스를 의료 현장에서 활용한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국립암센터는 처음 방문하는데, 먼저 어떤 곳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장윤정 부장(이하 장 부장): 지난 2000년에 설립하고 2001년에 개원한 국립암센터는 암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진료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의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고,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국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설립한 정부출연기관이다. 연구소, 부속병원, 국가암관리사업본부, 대학원대학교 등을 아우르는 암 전문 기관이다.
‘암 발생, 예방, 진단, 치료 및 관리 등에 관한 연구’, ‘암 환자 진료’, ‘암관리법 제12조에 따른 재가 암 환자 관리 사업 관련 교육ㆍ훈련 및 지원 업무’, ‘전공의 및 암 관련 의료요원의 수련과 교육’, ‘암 예방 및 관리에 관한 홍보’, ‘암과 관련된 정보ㆍ통계의 수집ㆍ분석 및 제공’, ‘암과 관련된 국내외 협력’, ‘항암제 개발을 비롯한 암 예방·진단 및 치료 등에 관한 신기술 개발 및 보급’, ‘암 관련 병원 개원 및 운영 지도와 관련된 컨설팅 업무’,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암 관리법에 따라 위탁받은 사업’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전문 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IT동아: 장 부장님의 설명대로 국립암센터는 암 전문 기관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암을 치료, 진단, 예방 등에 노력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메타버스와 어떤 연결점이 있을까?
장 부장: (웃음). 코로나19를 겪으며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은 낮아졌다. 몸이 아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 않았나. 이에 비대면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고민에서 찾은 방법 중 하나다. 메타버스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이라도 언제든지 서로 소통할 수 있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도입하며 우선 집중한 것은 전문 인력 양성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대면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원격 화상을 통해서 일부 진행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부족했다. 특히, 의료 교육은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습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보다 실감할 수 있는 도구를 찾았고, 메타버스 도입을 선택했다. 즉, 메타버스를 전문 인력 교육의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메타버스는 환자를 위한 서비스로도 제공할 수 있다. 과거에는 환자를 돕는 가족, 도우미, 자원봉사자 등이 환자가 있는 병실에 방문해 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환자 대면조차 어려워지지 않았나. 환자가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강제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메타버스는 그 어떤 매체보다 실감 나는 정보를 제공한다. 마치 그 안에 직접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혼자 있는 환자가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해외 유명 관광지에 방문한 듯한 메타버스를 제공하고, 재미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에 참여하는 메타버스를 제공하는 등 심리적 위로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찾아온 일상의 변화로 인해 생긴 우울감, 무기력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메타버스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의료 플랫폼, ‘닥터메타’
IT동아: 아… 동의한다.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경험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환자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 셈이다. 현실에서 겪는 물리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다.
장 부장: 맞다. 실제로 메타버스는 ‘수술’, ‘영상 의학’, ‘재활치료’, ‘의료 교육’, ‘환자 진료와 교육’, ‘디지털 치료제/정신건강/ADHD, PTSD’, ‘운동’, ‘입원환자와 가족 소통’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많은 분야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기획한 것이 ‘닥터메타’ 플랫폼이다. 닥터메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디지털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 비대면·비접촉 디지털콘텐츠 육성사업으로 선정되어 추진한 국내 최초 의료분야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 의료 회의, 가상 의료 트레이닝, 가상 수술 계획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고, 의료 종사자와 환자, 환자 가족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메타버스 내 가상공간에서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환자가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노력했다.
어떤 것을 우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나리오를 세웠다. 이를 통해 닥터메타 플랫폼 내에 ‘메타버스 다학제 컨퍼런스’, ‘메타버스 장루 케어’, ‘메타버스 캠핑’, ‘메타버스 교육센터’를 개발했다.
IT동아: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할 수 있을까.
장 부장: 메타버스 다학제 컨퍼런스는 의료종사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간 (liver) CT의 기본 영상 및 3D 영상을 확인하며 병변의 위치 및 절제 가능성을 토론하고, CT 대장조영술(CT colonography)의 기본 영상 및 3D 영상을 확인하며, 병변의 위치를 토론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수술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을 볼 수도 있다. 환자의 혈액 내 CEA 검사 수치의 변화를 차트로도 확인할 수 있는 등 의료종사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구현했다.
또한, 일반 장기는 어떻게 생겼고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는 3차원 개체를 확인하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웹페이지 등)를 띄울 수도 있다.
‘메타버스 교육센터’는 강의, PPT 발표, 소그룹 토론, 2D 영상 교육, VR 영상 교육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XR 기반 전문 인력 비대면·비접촉 교육 서비스로, 가상공간에서 상황별 상호작용 체험을 통해 전문 인력을 교육할 수 있다.
IT동아: 메타버스 다학제 컨퍼런스와 메타버스 교육센터는 의료종사자를 위한 가상공간인 셈이다. 서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보다 쉽게 만나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겠다. 의료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도 인상적이다.
장 부장: 닥터메타에는 의료종사자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메타버스 장루케어와 메타버스 캠핑이다. 메타버스 장루케어는 장루 환자가 감염 우려 없는 가상공간에서 질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장루주머니 관리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개발했다. 장루 시술을 받는 환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케어할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했다.
메타버스 캠핑은 코로나19로 인해 체계적인 돌봄을 받기 어려워진 환자와 가족을 돕기 위해 개발했다. 환자는 가상 공간에 마련한 자연환경에서 풍경을 감상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심리적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의료진, 전문 인력, 보호자와 소통하며 심적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했다.
여담이지만, 닥터메타는 신입 간호사 교육에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의료 진단을 위한 물리적 교육 공간의 한계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 영상이나 장기의 모습을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고, 다른 방해 없이 집중해서 볼 수도 있다. 의료 현장을 처음 접하는, 입문 교육에 많이 유용하다. 현재는 전공의 교육에도 활용하고 있다.
의료와 기술의 연결,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IT동아: 이 모든 것을 국립암센터 내부에서 스스로 개발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텐데.
장 부장: 닥터메타 개발은 메타버스 전문 기업 디지포레와 함께했다. 디지포레와 협력하며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콘텐츠, 시나리오, 경험 등을 원활하게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협력사다. 닥터메타는 다른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 메타버스와 달리 전문적인 내용이 필요한 의료 플랫폼이다. ‘의사, 환자를 위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다소 폐쇄적인 의료 데이터를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했다. 이러한 부분을 디지포레와 협력하며 해결했다.
메타버스 다학제 컨퍼런스를 예로 들어보자. 내시경 영상, 수술하는 영상, 환자의 정보 등을 의료종사자와 공유하기 위해서는 환자 정보를 비공개로 처리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규제적 해결 방법, 기술적 구현 방법 등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의료종사자의 편의를 위해 모든 것을 공개할 수는 없지 않나. 교육센터도 마찬가지다.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또한, 메타버스에서 웹페이지를 불러오거나, 영상을 실행하는 등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 구현에도 도움을 받았다. 디지포레로부터 CT 영상, 수술 영상, MRI 화면 등 의료 용도로 활용하는 영상을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움받았다. 특히, 닥터메타는 누구나 원활하게 사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한 숙제를 같이 풀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난 2022년 7월,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암 연구소(Cancer Research Center)와 닥터메타를 시연할 수도 있었다.
2022년 5월부터 12월까지 닥터메타는 국립암센터와 지역 암 센터 6개소(강원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부산대병원, 경상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에 거점과 인프라를 구축했다. 2023년에는 지역 암 센터 6개소를 더해 통 12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IT동아: 머리에 써야 하는 HMD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지 궁금하다.
장 부장: 연령대, 성별에 따라서 조금 다르긴 하다(웃음). 다만,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먼저 다가와서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다. 어색해 하고 다소 껄끄러워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기기에 대한 생소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몇 번 사용해 보고 난 뒤에는 익숙하게 사용한다. 외과 수술에서 HMD와 유사한 장비를 자주 사용하는 의사들은 처음부터 빠르게 적응하기도 했다.
IT동아: 의료 현장에서 요구하는 바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율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장 부장: 맞다. 더구나 닥터메타를 구현하기 위한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2022년 5월부터 시작해 11월 시범 테스트까지 선보였다. 약 반 년이라는 기간 동안 의료종사자와 환자를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밤새 작성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디지포레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에 하나씩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 현장, 환자의 의견을 담아내야 했다. 디지포레 기술팀과 협의하며 시나리오를 개선하고, 어느 정도 구현한 베타 버전을 다시 의료 현장에서 테스트하며 개선점을 찾았다. 의료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집중했다. 지역 암센터 의견도 받아들였고…,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어려운 과정이었다(웃음).
닥터메타는 앞으로도 계속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UI/UX 구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기능 구현과 함께 섬세함, 디테일을 담고자 노력 중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 중심의 친화적인 모습을 메타버스에 담아낼 생각이다.
의료 환경은 쉽지 않다. 아니, 일반적이지 않은 환경이다. 디지포레는 일반적이지 않은 요구사항을 계속 받아들이며 개발했다고 생각한다. 의료 현장이 사실 모두에게 공개적이지도 못한 곳 아닌가. 이런 여건 속에서도 디지포레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기술적으로 이를 뒷받침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시나리오 기획부터 현장 테스트 등에 직접 참여하며 이야기를 들어줬기에 지금의 닥터메타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는 100% 처음부터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며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HMD 기반의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앞으로도 의료 현장과 환자가 요구하는 것과 그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기술적으로 성숙한 플랫폼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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