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 OTT로 날개 다나[스경연예연구소]
웃음을 만들어내는 일, 남을 웃기는 일을 주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최근 만나보면 하나 같이 달고 사는 이야기가 있다. ‘소재가 없다’ ‘지금 시대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표현이다.
실제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코미디 콘텐츠의 소재는 축소일로를 걸어왔다. 이는 코미디 콘텐츠 자체의 축소로 이어져 왔는데, 각종 풍자나 패러디 그리고 수위가 높은 표현을 하자면 어디서곤 불만, 이의가 제기되곤 했다.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상황이 이어지자 코미디 콘텐츠의 소재는 공감 또는 캐릭터 코미디 등으로 줄었다.
이러한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 ‘SNL 코리아’ 흥망의 역사다. 2011년 tvN이 NBC유니버설 포맷과 브로드웨이 비디오 엔터프라이즈로부터 국내 제작판권을 사와 만들기 시작한 ‘SNL 코리아’는 2017년까지 아홉 시즌에 걸쳐 풍자, 패러디, 수위 높은 성인용 코미디라는 나름의 명맥을 이었다.
특히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이름에 정치 풍자 코미디가 인기였는데 당대의 대선후보를 비롯해 주요 정치인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지도자들까지 가감없이 무대에 올리며 웃음을 줬다. 하지만 국정농단사태를 즈음해 tvN이 자체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줄였고, 각종 코드의 코미디들은 성별, 직군, 세대별로 제기된 논란에 위축됐다.
결국 2017년 ‘SNL 코리아’는 종방됐다.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버전들이 호황을 누리던 터라 이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SNL 코리아’의 산파 역할을 했던 안상휘 당시 CP를 비롯한 제작진, 신동엽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꾸준히 부활을 모색하다 결국 지난해 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를 통해 리부트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OTT 플랫폼이라 시청률을 추산하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숏폼 콘텐츠의 주요 플랫폼에서 ‘SNL 코리아’의 인기는 꽤 뜨겁다. MC 신동엽을 모사한 개그맨 남현승의 모습이나 카타르월드컵 호날두를 흉내 낸 정성호, ‘수리남’의 변기태 역 조우진을 복사한 정이랑의 모습은 흔히 다시 볼 수 있는 콘텐츠다.
지난해 리부트돼 세 번째 시즌을 맞은 ‘SNL 코리아’는 다시 OTT의 시대를 맞은 방송가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각종 인기 캐릭터의 모사를 통해 시의성을 확보하고, ‘주기자간 가다’ ‘위켄드 업데이트’ 그리고 대통령이 등장하는 프로그램 초반의 ‘콜드 오프닝’ 등 정치풍자 콘텐츠를 배치했다. 여기에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콩트 그리고 MZ세대의 세태를 보이는 ‘MZ 오피스’ 등의 고정 코너를 배치해 공감도 노렸다.
이는 어찌 보면 유료가입자만 볼 수 있는, 그래서 심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OTT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tvN 시절에도 제작진의 기조는 그대로였지만 주변의 각종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무엇보다 tvN 내부에서 이를 견디지 못했다.
지금 ‘SNL 코리아’의 화제는 이른바 ‘들판에 풀어놓은 야생마’처럼 다시 달리기 시작한 제작진의 아이디어 부산물이다. 하지만 자유는 방종과 책임을 늘 오간다. 풍자의 무게보다는 조롱의 휘발이 우선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어떤 채널이었든 풍자에 대해 다시 탐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생겼다는 점에서 ‘SNL 코리아’의 부활은 주목할만하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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