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는 간편하고 확실하게"…정의선 회장 "조직문화 바꿔야"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업·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소프트웨어, 미래 모빌리티 등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의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부터 직영 영업점에서 영업직군 명칭을 '오토컨설턴트'로 변경하고, 기존 영업사원~영업부장의 6단계 직급 호칭도 '전임·선임 오토컨설턴트' 2단계로 통합하기로 했다.
'오토컨설턴트'라고 명칭을 변경함으로써 자동차 판매 업무뿐만 아니라 목적기반차량(PBV), 자율주행, 차량구독 등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서비스의 솔루션 제공으로 영업 직무의 역할이 확장될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변화하는 모빌리티 산업에 발맞춰 영업 일선의 조직문화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2019년 9월부터 임원 이하 일반직 직급을 기존 직위와 연공중심의 6단계에서 역할에 따라 4단계로 축소하고, 호칭을 '매니저'와 '책임매니저' 2단계로 단순화시킨 바 있다.
정 회장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일 그룹 연구개발(R&D)의 중심인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신년회를 열었다. 본사가 아닌 업무 현장에서 신년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직과 기업문화를 수평적이고 능동적으로 바꾸고, 다양한 방식으로 격없이 임직원이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정 회장이 직접 타운홀 미팅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회사가 생각하는 능동적인 조직문화 개선에 대해 묻는 직원의 질문에 "사일로(silo)로 일하는 관습을 바꾸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일로'는 곡물이나 시멘트 등을 저장하는 커다란 원통형 구조물을 말한다. 기업문화에서 '사일로 효과'는 회사 내에서 부서 간에 높은 칸막이를 치고 내부의 이익만 추구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 회장은 "본부장 레벨에서 소통이 원활하게 돼야 하고, 실무진 미팅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빠르게 결론 낼 수 있다"며 "그 부분에에서 제도적, 비제도적인 서로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활동을 통해 반드시 개선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고 방식도 간편하고, 확실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제가 옛날에 명예회장께 보고할 때 제 생각과 결론을 먼저 얘기했다"며 "최근 보고를 받아보면 담당자의 생각이 담겨있지 않거나, ABC 선택지를 주고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데, 그런 문화는 바꿔야 한다. 자기 생각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감사 쪽에 회사 보고문화를 좀 조사해달라고 했더니, 보고서는 긴데 결론이 없는 것을 보고 '우리 보고 문화가 잘못돼 있다'고 생각한 적 있다'며 "저부터 솔선수범해서 바꿔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소한 것들을 바꿔나가는 데서 큰 것이 바뀔 수 있다"며 "뒷받침하는 제도는 끊임없이 바꾸고 변경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하는 입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 것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보고하다 보면 그것이 안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해 절대 낙담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계속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설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보고 받는 사람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질이 필요하고, 그래서 리더의 자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그것을 인사의 기준으로도 생각하고, 이분이 들을 수 있는 분인가 아니면 귀를 막고 있는 분인가 그런 부분에 대해 솔선수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체제로의 전환과 관련한 기업문화의 새로운 변화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우리가 자동차를 만들고 있지만 현재 대당 반도체 칩이 200~300개 정도 들어간다면, 앞으로 자율주행 레벨4, 레벨5에서는 대당 2천 개 정도 들어갈 걸로 예상한다"며 "자동차 제조사지만 전자회사보다 더 치밀하고 꼼꼼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가진 기업문화인 '과감하고 도전적인 문화'가 있지만, 전자회사들은 치밀하고 꼼꼼한 문화가 있다"며 "우리에게 없는 문화를 본받아 작은 것부터 꼼꼼하게 해나가면 어떤 전자회사나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보다 더 치밀하고 종합적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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