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화려하다···숨 돌릴 틈 없는 ‘SK 농구’의 부활
‘속공 명가’ 서울 SK가 부활했다. 최준용과 안영준 등 핵심 포워드 자원들이 시즌 초 대거 이탈하며 휘청였던 SK는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며 색깔을 되찾았다. SK는 이제 다시 달린다.
SK는 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97-63으로 크게 이겼다. 3연승을 이어가며 16승12패가 된 SK는 2위권 경쟁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이날 크게 진 DB는 정상 전력이 아니다. 두경민과 이선 알바노, 정호영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해 앞선이 완전히 무너지다시피 했다. 이준희와 원종훈, 김현호 등 식스맨이 가드진을 채웠다. 전희철 SK 감독이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자칫 선수들이 해이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전력 차이가 컸다.
SK는 지난 세 경기에서 줄곧 최하위 팀들을 상대했다. 리그 꼴찌 서울 삼성과의 ‘S-더비’가 연달아 있었고, DB는 리그 9위다. SK의 3연승은 전력 차에서 비롯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SK 특유의 팀 컬러가 돌아왔다는 게 고무적이다. 연말연시를 지나며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리그 최고의 수비진을 자랑하는 KGC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던 SK의 ‘빠른 농구’가 다시 조직화하는 모양새다. 골밑에서 자밀 워니나 최준용이 볼을 빼앗아 상대 진영으로 길게 패스하면 김선형이 빠르게 돌파해 빈 골대 밑에서 득점하는 전술은 SK가 지난 시즌 즐겨 했던 공격 패턴이다.
이날 DB전에서는 김선형과 워니가 환상적인 골밑 패스 플레이를 선보이며 SK 팬들을 열광케 했다. 김선형이 허일영의 아웃렛 패스를 받아 골밑으로 돌파하다가 자신을 뒤쫓아 인사이드로 들어오던 워니에게 노룩 백패스를 보냈다. 워니는 화려한 덩크 슛으로 마무리했다. 1분 뒤 속공 상황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SK는 경기당 평균 스틸이 7.4개로 리그 3위인데, 리그 1위 고양 캐롯(7.9개)과 큰 차이가 없다. 턴오버 개수는 8.8개로 가장 적다. 공을 많이 빼앗고, 잘 지키는 팀이라는 뜻이다. 빼앗거나 소유한 공으로 빠르게 몰아쳐 상대의 기를 꺾는다. SK의 속도와 화려한 패스는 팬들을 들썩이게 만든다. 이날 DB와의 경기에서 SK는 11개의 스틸과 10개의 속공을 기록했다.
전희철 감독은 “팀 색깔을 잘 내는 팀이 결국 이기는 것 같다. 말리는 플레이 없이 우리 농구를 해야 승산이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좋은 플레이를 해서 상위권에 도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제 SK는 안양 KGC와 창원 LG 등 상위권 팀들과 맞선다. SK는 ‘빠른 흐름’을 유지해야 상위권 경쟁에 가담할 수 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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