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들의 우정… 시바견은 엄동설한에 죽은 친구를 품고 있었다
개 20마리가 한꺼번에 산속에 버려진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발견당시 20마리 가운데 1마리는 숨져 있었는데, 다른 개가 그 사체를 품고 있었다. 개를 유기한 피의자는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노원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수락산 내 학림사 근처에서 유기견 19마리가 발견됐다. 시바견 6마리, 포메라니안 3마리, 스피츠 9마리 등이었다. 이밖에 토이푸들 한 마리가 발견 당시 땅에 웅크린 채 죽어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동물보호팀에서 현장 조사를 나갔고, 한국동물구조협회(동구협)에서 19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구조된 개들은 동물병원과 노원반려동물문화센터 댕댕하우스, 동구협으로 옮겨졌다. 구조된 유기견 가운데 일부는 보호처를 찾아 입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들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최근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 관계자는 “피의자가 경찰에 자백했다고 들었다”며 “구조된 개 중에 반려동물등록 칩이 있는 개가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번식장을 운영했을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최초 신고자인 박희준 노원구 동물보호명예감시원은 조선닷컴에 “현장에서 3시간 정도를 추위에 떨면서 아이들이(유기견)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고 지켜봤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그는 “개들을 다 안아서 (이동장에) 넣었다. 애들이 순하고 착했다”며 “현장에선 눈물밖에 안 나오더라”라고 했다.
박씨가 촬영한 당시 사진을 보면 개들은 눈쌓인 산속을 떠돌고 있다. 시바견 한 마리는 죽은 토이푸들 곁을 지키며 엎드려있었다. 박씨는 “정말 추운 날씨에 개들을 산 속에 버렸다. 엄연한 동물학대고 (범인은) 진짜 나쁜 사람”이라며 “벌을 크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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