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현직 법무부장관 명예훼손' KBS기자 기소 파장
KBS기자협회장 "사과와 정정 했는데…취재행위 극도로 위축" 우려
또다시 불거진 '한동훈의 이해충돌'…"공소권 남용" 지적 불가피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검찰이 한동훈 법무부장관 명예훼손 사건의 피의자인 KBS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언론계 전반의 취재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법무부장관의 이해충돌 논란 또한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은 5일 “(신성식 검사가) 허위 사실을 KBS 기자들에게 여러 차례 알려주고, KBS 기자는 발언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다수 있었음에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오히려 사실관계를 더 왜곡해 단정적으로 허위 보도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앞서 KBS는 2020년 7월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그해 2월 부산고검에서 나눈 대화라며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실과 달랐다.
보도 다음 날 KBS는 “다양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문제의 기사를 삭제했다. 이후 한동훈 검사장은 성명불상 정보제공자와 KBS기자 등을 검찰에 고소하고, KBS 보도본부장 등 8명을 상대로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고소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검찰이 기소를 결정했다.
이번 기소 결정에 김시원 KBS 기자협회장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잘못이나, KBS는 보도 다음 날 곧바로 사과 방송을 한 뒤 정정했다. 이렇게 사과와 정정을 했는데, 보도에 오류가 있다는 이유로 기자를 형사 처벌한다면, 기자의 취재행위를 극도로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시원 협회장은 “검찰 간부 취재는 법조팀 기자 본연의 업무다. 검찰 고위직 간부가 일부러 흘린 허위 사실을 당시엔 알 수 없었으며,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할 어떠한 고의성도 없었다”며 기소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가 이해 당사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고소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KBS 보도본부는 “권력기관에 대한 보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언론자유의 본질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므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KBS 한 기자는 “현직 법무부 장관이 과거 고소한 사건에 검찰이 기소를 결정했다. 만약 KBS 기자가 무죄를 받으면 검사들은 처벌받게 되나”라고 되물으며 “이번 사건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곧바로 사과까지 했던 사건에 대해 고소 시점으로부터 2년 넘게 시간이 지나서야 기소를 결정한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보도가 부주의했더라도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실에 따른 허위 사실 보도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기소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장관은 지난해 12월 자신과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들과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신문 '더탐사' 기자들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이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더탐사 관련 형사고소를 두고 법무부장관의 이해충돌 논란이 있었는데, 이제는 실제 기소까지 이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공격적인 기사를 쓸 수 있나”라고 개탄한 뒤 “더탐사 취재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이번 KBS기자 고소 건을 보면 (권력이) 언론 전반에 대한 위축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며 “이번 기소는 '과거와는 다르다'는 언론계 전체를 향한 위협이자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 장관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언급하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 징계위원회 징계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법무부는 징계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징계 혐의 일부를 이루는 채널A 사건 관련자가 징계권자인 법무부장관이 되면 징계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동훈 검사의 장관직 수행을 우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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