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리인하 없다" 美 연준 긴축 유지에 커지는 'R의 공포'

장영은 2023. 1. 5. 16: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준 12월 FOMC의사록 공개…초강경 긴축 의지 확인
인플레 꺾으려 소비 둔화 노력 지속…경기침체 위험 증가
수요둔화 우려에 유가↓ 안전자산 선호로 금값↑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김정남 뉴욕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초강경 긴축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에 불을 지폈다. 각국의 긴축 행보와 높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올해 전 세계에 경기 침체가 덮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며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파월 의장은 지난달 FOMC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이지는 않다”며 강한 매파 기조를 보였다. (사진= AFP)

시장은 ‘피봇’ 기대하지만 연준은 “인플레부터 잡아야”

연준이 4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FOMC 참석자들은 “경제 지표가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로에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제한적인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전까지는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금리 인상을 멈춘 뒤 하반기에는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피봇(pivot·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 기대감에 일침을 가하는 언급이다.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완화에 있어) 더 많은 진전이 있을 때까지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가 상승률이 2%로 분명하게 향할 때까지 제한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적절하다”고 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며 “역사적인 경험은 조기에 통화 완화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참석자들은 또 “FOMC의 대응에 대한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다. 시장의 피봇 기대감을 경계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19명의 FOMC 위원 중 올해 중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본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의사록 공개 직전에 나온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언급은 더 매파적이었다.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그는 한 온라인 기고문을 통해 “금리를 5.4% 수준까지 올린 뒤 지켜봐야 한다”며 “올해 최소한 100bp는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연준 금리는 4.25~4.50%이며, 올해 최종 금리 예상치는 5% 수준이었다.

미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점도 연준의 긴축 행보에 힘을 실었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11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미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1046만건으로 전망치(1000만건)를 웃돌았다.

연준이 긴축 기조 유지는 경기 침체 우려를 부추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리 인상을 계속하거나 더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더 깊거나 긴 경기 침체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도 “연준의 금리 인상은 집을 사거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을 높여 경제를 둔화시킨다”며 “이는 시차를 두고 눈덩이처럼 불어나 신규 채용 감소, 느린 임금 인상,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연준이 올해도 강경한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이 확인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AFP)

경기침체 우려 커지자 유가 떨어지고 금값은 뛰어

경기 침체 우려에 상품(commodity)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경기 하강에 따른 수요 둔화 전망에 국제 유가가 새해 들어 이틀 연속 급락하며 배럴당 70달러 선을 위협받고 있으며,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상승세다.

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3%(4.09달러) 내린 72.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새해 첫 거래일인 전날(3일) 4.2%(3.33달러) 떨어진 데 이어 불과 이틀 만에 7.42달러, 1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마감가 기준 지난해 12월9일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이날 배럴당 5.2%(4.26달러) 밀리며 77.8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암리타 센 에너지 에스펙츠 수석 석유 애널리스트는 최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주간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불황에 대한 우려는 안전자산 선호도를 키웠다. 금은 새해 들어 오름세를 이어가며 반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따지면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7%(12.90달러) 오른 1859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6월10일 이후 거의 7개월 만에 최고가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달러 강세와 금리 인하 기조 속에 약세를 보였던 금값은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작년 1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통상 금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감소한다. 그러나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경기 침체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영은 (bluerai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