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돌다 다시 멈추는 세계의 공장… 韓기업 '탈중국' 빨라지나

오진영 기자 2023. 1. 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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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중국 상황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폭증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내 물가 상승과 교육수준 상향평준화로 주요 대도시는 이미 인건비에서도 이점을 잃은 상태고, 정치적·지정학적 리스크도 과도한 수준"이라며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삼성이 베트남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의 생산기지 다각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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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지혜 디자인 기자


"중국 정부가 봉쇄를 푼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또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것은 현지의 불안정함을 잘 말해 줍니다. "

5일 중국 상황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폭증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1~2선 도시를 거점으로 전국에서 확진자가 급등하자 중국 내 뒤숭숭한 분위기가 현지 경제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다. 재계는 주요국이 이미 '탈중국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도 리스크 감소를 위해 생산지 다각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날 대만·홍콩 등 외신과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율이 40%를 넘어섰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간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하루 수십여명에 그친다고 발표해 왔으나, 사망자 정의를 지나치게 좁게 산정하면서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정보분석업체 에어피니티와 대만 방역전문가는 중국의 코로나19 1일 사망자 수는 9000여명에 육박한다고 추산했다.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중국 내 제조공장들은 '셀프 셧다운'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백지시위로 대표되는 고강도 '제로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중국 내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봉쇄조치를 내리지 않았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체 휴무에 나선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24일부터 상하이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도 생산량을 2000~3000대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주요 생산시설을 중국에 두고 있는 기업들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출하량 중 약 40%를 생산하는 공장이 시안에 있으며, 후공정(패키징) 공장도 쑤저우에 위치해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D램 생산의 50%를 담당하며, 댜렌에도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다. 이 중 시안 공장은 지난 2021년에도 코로나19 봉쇄로 생산라인을 축소 운영했다.

양국 입국절차가 강화되면 필수 생산인력이 오가는 데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으며, 오는 7일부터는 홍콩과 마카오로 방역 강화를 확대한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주요 국가부처가 나서 다국적기업·외상투자기업 관계자의 입국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힌 지 채 3달이 지나기 전 조치다.

재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진출 기업들의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이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내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중국 대신 동남아와 멕시코 등 대체생산지를 물색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와 월마트 등 미국 주요 기업은 멕시코 투자 확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중국 내 물품 수입량을 줄이고 있다.

중국 내 정치·사회적 리스크로 경영 사정 악화를 호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국내도 생산지 다각화에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대한상의 북경사무소, 중국한국상회와 중국 진출 기업 40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45%, 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51.9%다. 철수나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생산비용 상승(38.3%)과 경쟁심화(22.3%)를 이유로 꼽았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내 물가 상승과 교육수준 상향평준화로 주요 대도시는 이미 인건비에서도 이점을 잃은 상태고, 정치적·지정학적 리스크도 과도한 수준"이라며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삼성이 베트남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의 생산기지 다각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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