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된 6층 낡은 건물 … 미술관 같은 첨단사옥 대변신
허물어 신축 땐 1층 깎이지만
리모델링으로 용적률 그대로
공사비 40억원, 신축의 60%
기간도 5개월로 절반 줄어
지하층 내진 설계·구조 보강
1층 천장 트니 개방감 살아나
연구에 의하면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 중소형 빌딩 공급은 신축보다는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해 대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현재 그 비율이 40%가 넘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리모델링을 통한 빌딩 공급 비율이 15% 정도에 불과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우리 주변에서 리모델링된 건물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이를 이용해본 결과 좋은 대안이라는 대중의 인식 변화로 리모델링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리모델링의 최대 장점은 시간과 비용을 신축 대비 절반만 투입하고도 신축에 준한 건물 기능 회복과 미관 개선 효과, 임대료 인상에 따른 자산 증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인들도 신축 대신 노후 빌딩을 매입해 사옥 용도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지면에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강남구 대치동 이면의 조용한 지역에 위치한 이 건물은 1991년도에 준공된 지하 3층~지상 6층 상가 건물이다. 용도지역이 2종 일반주거지역이고 대지 면적은 687.1㎡(207.8평), 연면적이 2997.95㎡(906.8평)로, 중견기업의 사옥 용도로 사용하기에 알맞은 규모다.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인 1990년대에는 용적률을 여유롭게 허용했던 건축법규 덕분에 2종 일반주거지역임에도 불구하고 238.59%의 용적률로 지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건물을 허물고 현행 법규를 적용해 새 건물을 짓는다면 용적률 최대치가 200%에 불과하므로 현재보다 1층이 낮아진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과거 해당 건물이 축조될 당시의 법규를 그대로 존중해주므로 기존 용적률 238.59%를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축하는 것보다 유리하고 건축비도 대폭 절감할 수 있어 건물주가 리모델링을 선택한 것이다.
리모델링에는 건물주가 공사 규모를 어느 수준으로 고려하고 어떤 품질의 자재로 건물 안팎을 마감하느냐에 따라 공사 비용과 난이도가 제각각이지만 해당 리모델링은 최고 난도에 속할 정도로 난공사였다. 먼저 기둥과 보, 슬래브, 외벽 및 계단실 등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주요 구조부인 뼈대만 남겨두고 잔여 부착물들을 모두 철거했다. 강화된 건축법 규정에 맞추기 위해 지하 3층부터 지하 1층까지는 내진설계 및 구조 보강을 위해 철골 기둥을 촘촘히 설치했다. 지하 2층과 지하 3층에 설치된 기존의 기계식 주차장은 중소형 자동차만 수용이 가능해 이용이 제한적이었는데 차제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레저용 차량(RV)도 수용할 수 있는 현대식 주차시설로 전면 교체했다. 발전실과 기계실의 모든 장비는 물론 엘리베이터와 상하수도관, 전선도 모두 새것으로 교체했다.
이번 리모델링의 가장 큰 특징은 1층 천장의 일부를 터서 개방감 있는 로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1층 천장 일부를 철거함에 따라 구조 변경으로 인한 붕괴 방지를 위해 구조 보강에 만전을 기했다. 난도 높은 공사를 마친 지금 외부에서 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로비를 마주한다. 1층부터 2층까지 거침없이 올라간 높다란 천장에는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설치돼 은은한 조명을 받아 미술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비 한편에는 미팅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차와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미니바가 있어 로비 전체가 캐주얼 카페 같은 분위기다.
외부 고객들은 1층 로비에서 대기하다가 담당자와 로비에서 만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간다. 지하 1층 전체는 크고 작은 회의실로 꾸며져 있어 모든 사내 회의 및 고객 미팅이 이뤄진다. 건물 2층 이상은 외부인의 접근이 일절 불허돼 오직 업무 공간으로만 기능하도록 동선을 조정했다. 사무실 내부에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각종 빌트인 가구들을 적절히 배치했다. 건물 외벽은 중견회사 사옥에 어울리는 중후한 검정톤의 자재로 마감됐고 건물 정면은 단열 성능이 뛰어난 삼중 로이유리를 사용해 커튼월로 처리했다. 사무실 내부는 요즘 유행하는 노출 천장 형태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천장에는 보와 시스템에어컨, 설비 배관이 훤히 드러나 있지만 깔끔하게 흰색 페인트칠로 마감돼 모던한 사무실로 변모했다.
약 5개월 동안의 공사기간을 거쳐 낡은 상가 건물은 번듯한 현대적 외관을 갖춘 중후한 사옥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면적인 구조 보강과 기계식 주차장을 비롯한 일체의 설비 교체를 포함한 대수선에 따라 공사비가 40억원 정도 투입되었다. 연면적 평당 350만원 선인 난도 중간 수준의 리모델링에 비해 다소 높은 평당 416만원 정도의 공사비가 들었다. 만일 이 건물을 2022년도에 신축했다면 그 비용은 평당 750만원 기준으로 68억원 정도 소요됐을 것이다. 신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인해 비용을 28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공사기간도 절반 줄이고, 신축 시 해야 하는 전면 철거와 토지 굴착에 따른 심각한 민원 문제도 발생하지 않은 채 모든 공정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어 가성비가 훌륭했다. 이처럼 리모델링은 공사 난도가 최상급이라 하더라도 신축에 비해 상당히 다양한 장점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향후 리모델링을 고려하는 건물주나 투자자들은 예전과 달라진 한 가지 주의사항을 기억해야 한다.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철거사고 이후 정부는 리모델링 인허가 시 철거 계획에 대해서도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문제는 철거 심의 기간이 두 달 정도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리모델링 인허가만 얻으면 철거는 허가 없이 진행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허가를 받아야 철거해야 하므로 리모델링 공사기간이 두 달 정도 길어졌으니 이점을 감안해 리모델링을 계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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