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서 인권침해 퇴출”…미·일, 중국 겨냥 새조직 만든다
공급망 재편 기준 ‘인권’으로 확대
미·일 정부가 상품의 제조나 유통 과정 등 국가를 넘나드는 국제 ‘공급망’에서 인권침해를 근절하겠다며 별도의 새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강제노동 등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이하 신장)를 직접 겨냥한 것이어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기존의 ‘국가 안보’뿐 아니라 ‘인권’을 공급망 재편의 명분으로 삼는 국제적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어, 한국도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미 정부가 국제 공급망에서 인권침해를 없애기 위해 양국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새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6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다. 미 무역대표부도 이날 미·일이 6일 태스크포스를 발족시키기로 했다며 관련 보도를 확인했다. 그동안엔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면 미국의 안보가 위험에 노출된다는 ‘안보 논리’를 통해 중국을 국제 공급망에서 배제해왔다면, 이제 기준이 ‘인권’으로까지 본격 확대된 것이다.
이 조직엔 일본에선 경제산업성·외무성, 미국에선 무역대표부와 국무부·상무부·노동부 등이 참여한다. 두 나라는 기업과 거래처의 공급망에서 강제노동, 인종·종교 차별 등 인권침해를 없애기 위해 관련 규제나 정책을 양국 정부와 기업 등에 공유하게 된다. 이런 규제들이 기업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분석한다.
일본 정부가 중국의 보복을 감수하면서까지 인권침해와 관련된 ‘공급망 재편’에 적극 나선 데는, 거대 시장인 미국에서 직접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원 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2일 도요타자동차와 혼다 등 일본 기업을 포함해 8개 자동차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부품·원료 납품업체 등이 신장의 강제노동과 관련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서한을 보냈다. 일본 <지지통신>은 “일본이나 세계의 기업 공급망을 총점검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신장에서 소수민족이 강제노동을 당하고 있다며 수입 금지 등 강도 높은 공급망 배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신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이하 금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완성 제품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신장의 원료, 반제품, 노동력을 부분적으로 활용한 제품도 수입 금지 대상으로 규정했다. 기업들은 거래하는 상품이 강제노동과 관련이 없다고 증명하지 못하면 미국에 보낼 수 없다.
앞선 2021년엔 일본의 대표적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셔츠가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를 쓴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수입을 금지했다. 미국은 금지법 시행 전에도 신장의 면과 면제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유니클로는 셔츠의 원자재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에서 조달했다며 맞섰지만, 미 당국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업 쪽에서 경제산업성에 대미 수출 금지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한 정보 제공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며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는 편이 자국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인권을 공급망 재편의 새 기준으로 삼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 강제노동이 결부된 제품을 수입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도 비슷한 법을 만들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8월 기업이나 거래처에서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유럽에 견줘 대처가 늦어 자칫하면 일본이 글로벌 기업 공급망에서 제외될지도 모른다”며 “정부 지침을 바탕으로 국제기준에 맞추도록 대응을 서두를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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