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에 명시…국민 94.3% 찬성
어웨어,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발표
국민 열 중 아홉 ‘개 식용 산업에 현행법 집행해야’
국민 대다수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신설하는 것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학대자가 동물을 기르는 것을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도 99%로 매우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지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10월28일부터 11월2일까지 실시됐다.
보고서는 △반려동물 양육 현황 △동물보호·복지 제도 △개식용 △채식 △동물원 △야생동물 관리 등 6개 주제에 대한 국민의 동물보호 복지 인식을 설문,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여전히 미비한 마당개 복지
조사 결과, 국민들의 동물복지 인식은 2021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 무엇보다 동물 양육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동물원의 멸종위기종 보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열 가구 중 네 가구(36.2%)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어웨어의 국민인식조사와 비교해 12.9%p 증가한 수치로, 이번 조사에서는 ‘함께 사는 가족구성원이 기르는 경우’도 반려인으로 포함한 점과 실제로 양육 인구가 증가했을 가능성 등이 두루 반영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장 많이 기르는 동물은 개(67.1%)였고, 순서대로 고양이(34.7%), 어류(7.9%), 파충류(3.2%), 햄스터(2.9%) 등으로 나타났다. 개의 경우 평균 1.25마리, 고양이의 경우 평균 1.51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여전히 ‘마당개’의 복지는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려견을 실내에서 기르는 응답자의 동물등록 비율은 73.9%인 반면, 실외에서 묶어 기른다는 응답자의 등록 비율은 46.5%에 그쳤다. 중성화 수술 비율 또한 실내에서 생활하는 반려견(68.2%)보다 야외에서 생활하는 반려견(32.6%)이 월등히 낮았다.
국민 99% “동물학대자 소유 제한해야”
동물 소유자의 돌봄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은 지난해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났다. 동물 돌봄 의무와 관련한 5개 항목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모든 항목에서 동의율이 증가했으며 항목 당 평균 증가 비율이 3.48%에 달했다.
그 중 가장 높은 동의를 얻은 것은 ‘물, 사료 등 최소한의 조건을 제공하지 않고 동물을 사육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91.2%)이었다. 질병, 상해를 입은 동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88%)와 동물을 짧은 줄에 묶거나 좁은 공간에 가두어 키우는 행위(86.1%), 뜬장에서 사육하는 행위(84.8%)를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도 역시 전년보다 3~4%p 증가했다.
어웨어는 “동물의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동물에게 적절한 사육 환경, 보호 관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동물학대로 인식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으며, 동물 소유자의 돌봄 의무를 법제화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동물학대자가 동물을 기르게 해선 안된다는 응답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99%가 학대자의 동물 사육 제한에 동의했으며, 98%는 학대자의 피학대동물 소유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어웨어는 동물 사육 제한에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이 전년 대비 9.6%나 증가한 점을 꼽으며 동물학대 재발 방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민 94.3%가 민법을 개정해 동물과 물건의 법적 지위를 구분하는데 찬성한다고 답했다. 2021년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계류 중이다.
동물원에 바라는 점? 오락·교육 아닌 종 보전
개고기가 식품위생법상 불법이란 사실은 대체로 몰랐지만(40.5%) 그럼에도 정부가 현행법으로 개 식용 산업의 생산, 사육, 도살, 유통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93.5%)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2.8%는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도살, 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찬성했는데, 최근 1년 내에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5.8%)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서도 금지에 찬성하는 비율이 26.7%로 나타났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개 식용 금지에 대한 논의는 실제 개농장의 개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복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 다수가 더이상 개고기를 먹지 않고 있는 만큼,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논할 것이 아니라 개 식용 금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동물원과 관련한 조사에서는 동물원의 주요 기능을 ‘교육’보다 ‘보전’으로 인식하는 시민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전체 응답자가 동물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꼽은 것은 종 보전 기능(75.8%)으로 차순위인 교육적 기능(14.7%)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멸종위기종 보전은 3.6%p 증가하고, 교육적 기능은 8.5%p 감소한 수치로 시민들은 동물원에 교육, 오락보다 연구 보전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반려동물을 기르게 된 경로는 여전히 ‘지인에게서 무료로 분양 받았다’(38.2%)는 응답이 가장 많고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했다’(7.5%)는 응답이 저조해 보호소 입양에 대한 시민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웨어는 이를 위해 도심 내 입양센터 구축, 입양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보호소 내 동물의 질병을 관리할 ‘동물보호소 수의학’(Animal Shelter Medicine)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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