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 7조4천억 감소···자금난에 기업 조달은 역대 최대

이윤주 기자 2023. 1. 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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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은행에 대출 광고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분기 가계 여유자금이 1년 전보다 7조4000억원 줄면서 5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금리상승과 자산시장 부진의 영향으로 가계가 대출을 줄이고 여윳돈을 주식보다 예금에 넣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반면 기업들은 차입이 크게 늘어 자금조달 규모가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 규모인 61조7000억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를 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자금 운용액은 26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조4000억원 줄었다. 문혜정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일상 회복과 함께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면서 가계가 금융자산으로 순운용한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민간소비 지출은 1년 전보다 10.9% 늘어, 증가율이 2021년 3분기(5.8%)의 약 두 배로 높아졌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으로,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3분기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37조6000억원)도 1년 전(84조1000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자금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4조2000억원)는 2021년 3분기(24조6000억원)와 비교해 급감한 반면 가계의 장기(만기 1년 초과) 저축성 예금은 1년 사이 19조7000억원에서 37조원으로 급증했다. 주식투자는 크게 줄고고 예금으로 돈이 쏠린 것이다. 금리상승과 증시부진 등의 요인이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2분기 21.6%로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렀던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투자펀드의 비중은 작년 3분기 17.9%까지 떨어졌다. 반면 예금(43.6%) 비중은 1년 전(40.7%)이나 직전 분기(43.1%)보다 늘었다.

아울러 가계는 지난해 3분기 총 11조원의 자금을 조달해, 조달액이 1년 전(50조2000억원)보다 39조2000억원 급감했다.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2021년 3분기 49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조원으로 축소됐다. 문 팀장은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제 지속 등으로 예금 취급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가계의 자금조달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반면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작년 3분기 순조달 규모가 61조7000억원으로 1년 전(26조4000억원)보다 35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같은 기준의 통계가 시작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은 순조달액으로, 그만큼 기업이 많은 자금을 끌어 썼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규모가 2021년 3분기 47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57조7000억원으로 10조원이나 증가한 영향이 가장 컸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 기업들이 대출 중심으로 자금 조달 규모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일반정부의 경우 순운용 규모가 1년 사이 11조4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늘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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